이맹희 회장, 용인 가족묘지에 묻히지 못한 이유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 2015.08.20 15:59

가족묘지 등기부등본 떼보니… 이맹희 뺀 28명 공동명의, 이건희 회장 승계한 삼성그룹과도 상충

고 이맹희 CJ명예회장 영결식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필동 CJ인재원에서 열렸다. 이 명예회장의 차남인 이재환 재산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의 아들 이호준씨가 위패를,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사위인 정종환씨가 영정사진을 들었다./사진=홍봉진 기자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이 20일 경기 여주시 연하동 해슬리골프장 CJ일가 사유지에 묻혔다. 선친인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 영면한 경기 용인시 선영이 아닌 장소에 묘지가 마련된 것이다. 생전 이병철 회장의 후계 결정에 불만을 품고 해외를 떠돌던 이 명예회장은 주검이 돼서도 아버지 곁에 묻히지 못했다.

CJ그룹은 "용인에 있는 삼성가 선영에는 공간이 마땅치 않아 (이 명예회장을) 다른 곳에 모시게 됐다"며 "선대 회장에게서 독립해 별도로 일가를 이룬 만큼 풍수지리 등을 고려해 장지도 따로 마련했다"고 20일 밝혔다.

◇용인 삼성家 선영, 오너일가 28명 공동소유=고 이병철 회장과 부인인 박두을 여사가 묻힌 경기 용인시 포곡읍 가실리 일대 삼성일가 선영은 대표적 명당으로 꼽힌다. 이 회장의 묘소 앞쪽으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야 자손이 잘 된다는 풍수지리학 이론에 따라 테마파크인 에버랜드를 전략적으로 더 키웠다는 해석도 있다.

고 이맹희 CJ명예회장 영결식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필동 CJ인재원에서 열렸다. 고인의 영정과 위패가 영결식장을 나서고 있다./사진=홍봉진 기자
20일 대법원 등기소에 따르면 삼성가 선영 토지는 8만2069㎡(2만4869평) 규모로 인근에 에버랜드와 호암미술관, 삼성인력개발원 등이 있다. 대부분 이병철 회장이 생전에 취득한 땅이다. 이 회장이 별세하기 3년 전인 1984년 10월 토지 소유권을 자녀와 손자들에게 넘겨주는 합유(공동명의)로 변경했다.

공동 소유자 명단에는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창희·인희·숙희·순희·덕희·명희 등 2남 5녀의 직계자녀를 비롯해 이재현·재용 등 손자(손녀 제외)까지 총 28명이 포함됐다.


'본 물건은 현합유자의 후손에게 대대로 상속되는 것으로 함'이라는 특약사항도 명시돼 있다. 삼성가 2세의 경우 딸들까지도 모두 공동소유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이 명예회장의 이름은 없다. 가족을 등졌던 장남을 가족묘지 공동소유 명단에서 배제한 것이다.

◇CJ그룹, 마지막까지 장지 타진한 듯=CJ그룹은 발인 하루 전날인 19일 오전까지도 장지를 확정하지 않았다. "유족들이 장지 공개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 CJ 공식 입장이었지만 용인 가족묘지에 묻힐 수 있도록 삼성 측의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7일과 18일 서울대병원 빈소를 찾았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19일 재방문하면서 여주로 정했던 장지가 바뀌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하지만 최종 장지는 CJ일가가 보유한 여주로 확정됐다.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이재환 재산커뮤니케이션즈 대표는 용인 선영을 공동 소유하고 있지만 아버지를 가족묘지에 묻지 못했다.

이 명예회장 묘지를 용인 선영으로 정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이 명예회장을 장남으로 인정하고 예우할 경우 3남 이건희 회장이 승계해 키운 삼성그룹의 상징성과 상충된다는 것이다. 또 마지막까지 장남을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은 이병철 회장의 뜻과 배치되는 문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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