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300]영화 ‘암살’속 김원봉과 국정교과서

머니투데이 황보람 기자 | 2015.08.21 11:24

[the300]교육부, '학습 부담' 이유로 교과서에서 김원봉 선생 부분 삭제 추진

영화 '암살' 속 김원봉 역의 배우 조승우(왼쪽)와 실제 김원봉 선생(오른쪽)
"한국사교과서를 국정화해도 선생님들이 잘 가르치기만 하면 되는데…교과서에 없는 건 시험으로 내기 어렵지. 이번 임용고시만 해도 정권 특성상 안나올 것들은 다 공부 안하거든. 4·19 이런 거 절대 시험에 안 나온다고 다들 공부 안해."

역사 교사 임용고시를 앞둔 친구가 말했다. 교과서에 없는 역사는 학생들에겐 없는 역사라고. 시험을 몇달 앞둔 그도 현실적으로 시험에 나오지 않을 부분은 공부하지 않는 수험생일 뿐이었다. 그것이 한국 민주주의의 꽃인 4·19 혁명이라고 해도 말이다.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의 의미는 생각보다 크다. 역사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평생동안 들여다 본 유일한 역사책이 '교과서'가 될 수도 있다. 교과서 내용은 시험으로 연결되고 시험에 나오는 내용은 '정설'이 된다.

최근 영화 '암살'로 새롭게 조명받은 약산 김원봉 선생이 한국사교과서가 국정화되면 퇴출될 처지가 됐다. 교육부는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이유로 교과서에서 김원봉 선생 관련 내용을 삭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독립운동가. 의열단 조직. 국내 일제 수탈 기관 파괴. 요인암살. 광복군 부사령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국무위원 및 군무부장. 1948년 남북협상 당시 월북. 북한 노동상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등 역임.

김원봉의 백과사전 상 설명이다. 현상금이 김구 선생보다 높았을 만큼 일본에게는 '악명높은' 독립군이었다. 그는 광복 후 김구 선생과 함께 남북회담을 위해 북한에 갔다가 돌아오지 않았다. 그의 월북에 대한 해석과 사회주의 이념에 대한 평가가 등이 엇갈려 김원봉 선생은 독립운동가로 추서받지 못했다.


사실 우리 교과서에 언급되지 않은 독립운동가는 숱하게 많다. 김원봉을 특별 대우해 교과서에서 반드시 다뤄야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교과서에서 김원봉을 삭제하려는 움직임이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와 맞물려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기 힘들다. 단순 삭제가 아닌 의도적 삭제로 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수계에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건국 아버지'로 재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우리 아이들에게 패배의 역사를 가르칠 수 없다. 이승만 대통령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1948년 8월 15일을 명실상부 대한민국의 '독립일'이자 '건국일'로 세우려면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의 의미를 축소해야 한다. 논란이 많은 김원봉 선생에 대한 서술을 걷어냄으로써 임시정부 관련 교과서 분량을 줄이는 일은 어렵지 않다. 특히 국정교과서라면 말이다.

목숨 걸고 항일운동을 한 분을 제대로 된 논의도 없이 '학습 부담' 꼬리표를 붙여 교과서 밖으로 내쫓는 건 영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도 다 잊혀지겠지요." 영화 '암살' 속 김원봉 선생의 대사가 예언처럼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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