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선진국 상고 엄격 제한…하급심 '신뢰'가 바탕

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 2015.08.20 05:54

[the300][런치리포트 -'상고법원'설치, 국회 선택은④]

대법원이 ‘상고법원’ 설치를 전방위적으로 밀어 붙이고 있지만 국회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는 1994년 이후 대법원으로 가는 길목에 '심리불속행'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법원 역사에서는 고등법원 상고부, 대법원 이원적 구성, 상고허가제 등이 상고제한제도로 운영돼다 사라졌다.

대법원이 추진하는 상고법원의 형태는 과거 고등법원 상고부와 대법원의 이원적 구성을 섞어 놓은 것에 가깝다. 운영은 고등법원 상고부처럼 하고 대법원에 두게 해 대법원 이원적 구성으로 보이기도 한다.



◇ 주요국, 상고심까지 가는 경우 드물어…비결은 '하급심 신뢰'


주요 선진국은 다양한 형태의 ‘상고제한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은 사실상 전면적 상고제한을 하며 상고허가신청기각에 대한 불복도 인정 안 한다.

그러나 하급심을 강화해 놓았고 대법원 위상이 높기 때문에 국민들이 상고제한제도에 대해 큰 불만이 없다.

미국은 연방대법원으로의 상고는 원칙적으로 연방대법원 허가가 필요하다. 허가상고의 경우, 신청이유에서 대법원 심리를 받아야 할 중요한 사건이라는 이유가 설득력 있게 기술돼야 한다. 대법관은 원심판결만을 검토해 ‘특별·중대 사유가 있을 때’만 상고허가를 하고 있다.

따라서 상고신청 사건은 연간 1만여건이지만 실제 허가는 100건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허가율로 따지면 1% 도 안 된다.

영국은 '청원'성격의 상고허가제를 갖고 있다. 항소에서도 허가제를 채택하고 있고, 연간 상고허가는 평균 65건 정도다. 그만큼 상소심까지 가는 경우는 드물다.

일본은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을 나눈다. 민사소송은 이원적 상고심으로 간이재판소가 제1심인 사건은 고등재판소가 상고심을 맡고, 그밖의 민사상고는 최고재판소에서 담당한다.

상고이유로는 헌법위반과 현저한 절차법 위반으로만 한정돼 있다. 법령 해석에 관한 중요한 사항을 포함하고 있음을 이유로 하는 상고는 최고재판소가 상고수리 여부를 결정한다.

형사사건은 헌법위반과 판례저촉의 경우로 제한되고, 그 밖의 법령 해석에 중요한 사항을 포함하고 있음을 이유로 하는 상고는 민사소송과 마찬가지로 최고재판소가 상고수리여부를 결정한다. 따라서 최고재판소의 수리율은 민사사건 연 2.5% 이하, 형사사건의 경우에는 최고재판소의 직권조사와 원심판결제도로 인하여 상고수리 신청사건이 연 100건 미만이다.


독일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에 따라 연방일반법원의 상고심 제한 절차와 방법이 구분된다. 민사사건은 모든 민사사건에 대한 상고를 허가제로 하고 상고심이 본연의 법률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형사사건은 고등법원과 연방일반법원이 사건의 중요도에 따라 상고심을 나눠 담당하는데법령위반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상고이유로 인정되어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상고신청의 25% 정도만 수리된다.




◇"법원 독립성 강화로 신뢰얻어야 상고법원도 가능"

전문가들은 해외 주요 법치선진국이 '상고제한제도'를 엄격하게 운영하면서도 국민의 불만이 쌓이지 않는 데에는 하급심이 충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신뢰가 있기 때문이라 지적한다.

특히 하급심 판사도 평생법관제 등을 통해 지역법관으로 오래 근무하고 있어 하급심 판결에 대한 국민 신뢰가 깔려 있는 점이 상고심까지 이어지지 않는 이유가 된다.

일본은 최고재판소는 1946년에 도입한 상고심 이원화와 상고수리제도를 그대로 이어 운영하고 있지만 우리는 '위헌논란'등으로 '상고제한제도'가 제대로 가동되지 못한 점에 대해 우리 법원의 1차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인사는 "법원과 판사들이 바로 서지 못하고, 정치권의 뒤에 숨어 보신주의로 운신하다보니 법원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법원 독립성을 법원이 지켜야 하는데 국민들을 위한 법원이 아니라 정치권 눈치나 보는 상황이 수 십년간 지속됐고 상고법원도 국민을 위한 방안인지 대법원 편하려고 하는 건지 불신의 눈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일본 최고재판소가 정치적 독립성을 강하게 지켰던 점이, 우리나라에선 실패한 '상고제한제도'가 위헌논란을 극복하고 추진될 수 있던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대법관 출신들이 총리나 장관으로 나서는 등 정치권과 연계되거나 종속된 모습을 계속 보인다면 법원 독립성 훼손은 물론이고 상고법원 등 법원 숙원사업도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단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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