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외곽 오타구 중소기업 밀집단지에 위치한 초고정밀 부품(기어) 가공업체인 오타세이코(大田精工). 지난 8일 오타구 본사에서 만난 아오야마 시게아키 오타세이코 영업본부장(사진)은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일본의 장기불황을 견뎌낸 비결을 이렇게 설명했다.
1958년 설립된 오타세이코는 대형 잉크젯과 디지털 카메라, 자동차 부품에 들어가는 소형 기어를 생산해 온 중소업체다. 연매출 28억엔(약 270억 원), 임직원 78명의 작은 기업이지만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 태국 등지에 현지 생산공장과 판매거점을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기도 하다. 일본기업 중에선 니콘과 캐논, 파나소닉, 마부치 모터, 오리엔탈 모터 등이 주요 협력사다.
설립 후 오랜 기간 내수기업이었던 오타세이코가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린 건 일본 경제의 버블붕괴가 시작된 1990년대 초반이다. 내수경기 위축으로 매출이 줄고 원자재값과 환율 급등락 등 경영환경이 악화되자 말레이시아에 판매망을 만들고 태국과 중국 등지에 공장을 지었다. 승패가 불확실한 새로운 사업으로 활로를 모색하기 보단 수십년간 기술을 축적한 소형 기어로 해외시장을 뚫는 '정공법'을 택한 것이다.
해외에 여러 생산거점을 보유한 탓에 여느 수출기업처럼 '엔화약세'에 따른 환율효과를 직접 체감하진 않지만 오타세이코 역시 '아베노믹스'가 비즈니스에 적잖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일본 경기가 살아나고 직접 거래하는 대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시장 상황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중소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선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도 조언했다. 아오야마 영업본부장은 "과거 간접적인 거래관계가 있던 한 한국 중소기업이 정부의 지원을 못 받아 결국 일본기업에 매각된 후 중국에서 사업을 키운 사례를 직접 봤다"며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여건이 열악하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기술개발과 투자를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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