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엘라의 초콜릿박스]예술로 승화되는 고통의 미학

머니투데이 노엘라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가 | 2015.08.26 03:20
메르스로 연기되었던 공연이 다시금 시작됐다. 새로운 공연과 맞물려 한동안 잠잠했던 나의 스케줄에 발동이 걸렸다. 그 덕에 나의 고질병인 관절염은 더욱 심해지고 몸이 아프니 기분마저 우울해진다. 우울해지니 스트레스가 쌓이고 스트레스는 다시 나의 몸을 공격한다. 그야말로 악순환이다. 어디서부터 고리를 끊어야 할까? 하는 고민 중 두 명의 화가가 생각난다.

눈부신 햇살, 춤을 추는 사람들, 환희에 찬 표정, 꽃, 여자. 르누아르가 그린 그림이다. 기쁘고 아름다운 것만을 그리겠다던 그는 화려한 색채를 이용해 생동감 있고 밝은 그림만을 그렸다.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는 도통 고통이라곤 모르는 사람이었을 것만 같다. 그런 그가 극심한 관절염에 시달렸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말년에 그는 류머티즘으로 굳어진 손에 붓을 묶어가며 그림을 그렸다. 이 시기, 그는 더욱 나체의 여인에 주목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그의 그림 속 여인들은 그 어떤 무게조차 감당하지 않는 듯 한없이 자유로워 보인다. 굳어져가는 자신의 손과 대조되는 자유롭고 부드러운 여인의 몸. 그는 “그림이란 즐겁고 유쾌한 일이 되어야 한다”며 “세상에는 즐겁지 않은 것들이 이미 너무나 많은데 그런 것들을 또다시 그릴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주장하며 ‘아름다움’만을 그렸다.

반면 자신의 고통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화가도 있다. 프리다 칼로다. 그녀는 18살 때 척추, 쇄골, 갈비뼈, 골반이 부러지고 다리가 골절되는 사고를 겪었다. 쇠파이프가 그녀의 복부와 자궁을 뚫었다. 이 참담한 사고 이후 그녀는 35번이라는 수술을 받는다.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었던 그녀는 침대에 누워 아버지가 천정에 붙여준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에서 그녀는 피를 흘리고 있고 온몸에는 못과 화살 등이 박혀있다. 참기 힘든 고통스러운 자신의 모습을 고스란히 그림에 담아낸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그림을 보고 초현실주의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반감을 드러내며 자신은 현실을 그린다고 주장했다. 그만큼 그녀에게 현실은 고통스러운 것이었을 테다.

고통을 아름다움으로 이겨냈던 르누아르, 그리고 적나라하게 드러냄으로써 삶을 살아냈던 칼로. 살면서 참 많은 종류의 고통을 경험한다. 우리는 그 고통을 때로는 들여다보고 끌어안기도 하고, 외면하거나 피하기도 하며 또 때로는 그저 묻어두기도 한다. 고통은 맞서 싸우기도, 그저 받아들이기만 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통을 씨앗 삼아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다면 이는 아마도 고통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일 게다.

르누아르가 말했다. “고통은 지나간다. 아름다움은 남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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