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구진이 발견한 신물질이 10년간 '꿈의 신소재' 왕좌를 지켜온 그래핀을 끌어내렸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자제어저차원전자계연구단의 김근수 교수(포스텍 물리학과) 연구팀과 연세대 최형준, 이연진 교수팀으로 이뤄진 공동연구팀이 그래핀에 버금갈 뿐만 아니라 단점인 물성까지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2차원 반도체 물질인 '포스포린'의 밴드갭 조절이 가능함을 입증했다고 13일 밝혔다.
포스포린은 인(P) 원자로 된 흑린의 표면 몇 개 층을 떼어낸 2차원 물질이다.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 수준인 0.5㎚ 두께의 박막구조가 특징이다.
그래핀과 유사한 육각벌집 형태의 원자 배열을 가지고 있으나, 변형이 어려운 그래핀과 달리 규칙적인 주름이 잡혀있어 외부압력이나 전기장에 의해 물성제어가 쉬운 것이 장점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띠 간격(밴드갭)이 없는 그래핀과 달리 포스포린의 띠 간격을 폭넓게 변환(밴드갭 값 0~0.6)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 전류의 흐름을 자유자재로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밴드갭은 물질의 고유한 물리량으로 전자의 이동(전류)를 가로막는 장벽의 높이에 비유할 수 있다. 밴드갭이 없다는 것은 밴드갭 값이 0에 가깝다는 뜻으로, 전류가 쉽게 흐른다는 이야기이다.
그래핀은 철보다 강하고, 구리보다 전류가 잘 흐르는 뛰어난 물성 때문에 '꿈의 신소재'로 각광받았지만, 밴드갭이 없어 전기적 신호에 의해 전류의 흐름을 통제하기 어려워 차세대 반도체 소자로 활용하는 데 치명적인 결함이 돼 왔다.
연구진은 포스포린의 표면에 칼륨원자를 흡착시켜, 수직방향으로 전기장을 만들고, 그 결과 포스포린의 전자배치에 영향을 미쳐 밴드갭에 폭넓은 변화(밴드갭 값 0~0.6)를 주는 데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포스포린의 밴드갭이 0이 될 때는 그래핀처럼 준도체적 상태가 되면서 전도성이 그래핀과 비슷한 수준에 이를 수 있음을 밝혔다. 이로써 원자 한 겹 두께의 고성능, 초소형 반도체 소자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원리는 일반적인 2차원 반도체 물질에 응용할 수 있다.
김근수 교수는 "그래핀 상용화의 고질적 문제점인 밴드갭을 해결하고, 그래핀의 장점만을 취한 것으로 2차원 반도체 물질연구의 중심이 그래핀에서 포스포린으로 이동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과학저널인 '사이언스' 14일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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