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수냐 꼼수냐? 일반해고, 왜 '가이드라인'일까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 2015.08.13 14:33

[the300][노동개혁, 미래와의 상생 ⓷: 일반해고(3)]정부와 노동계 '동상이몽'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저성과자 해고(일반해고) 요건 완화가 노동시장개혁의 최대 이슈로 떠 오른 이유는 '해고 양산 가능성'이라는 근본적 논란 외에도 법률이 아닌 행정지침 수준의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해고의 칼끝을 근로자들에게 들이댈 수 있다는 절차적 문제도 크다.

정부와 여당은 해고 요건을 보다 명확화 해 분쟁 요인 줄이고 고용 유연성도 확보한다는 계산이다. 노동계는 법률에 명시된 해고 요건을 보다 쉬운 해고가 가능해지는 '가이드라인'으로 정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법에 없는 '일반해고'…'가이드라인'으로 OK?
최소한의 근로조건을 적시한 노동 관련 대표 법률 '근로기준법'은 두 가지 유형의 해고만 인정하고 있다. 긴박한 경영상의 위기가 찾아왔을 때 할 수 있는 '정리해고'와 해사 행위 등 회사에 손해를 입힌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징계해고'가 그것.

'정리해고'와 '징계해고'처럼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만 해고가 가능한 것이 현행 제도다. 이 '정당한 사유'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해 현재도 많은 해고 소송들이 법원에서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말 많고 탈 많은 이 '정당한 사유'에 '업무 성과가 좋지 않은 직원들을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구체화 하고 싶어 한다. 이를 통해 꽉 막힌 청년실업 돌파구를 마련하고 고용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표면적인 목적이다.

원칙대로라면 일반해고가 가능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 마련을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야당의 반대로 국회 상임위에 해당 안건을 올리는 것이 쉽지 않음을 정부와 여당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가이드라인'이다. 정부와 여당은 일반해고를 법률에 규정된 징계해고의 일환으로 보고 '정당한 사유'가 내려졌던 판례들을 구체적으로 '가이드라인'에 명시하면 법 개정 없이 노동계 설득만으로 뜻한 바를 이룰 수 있다.

◇정부의 묘수?…법 개정 없이 동일한 효력

올해 안에 노동시장개혁 달성이 목표인 정부와 여당 입장에서 정치권의 개입과 법리공방을 최소화 하며 '노동계 설득' 만으로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은 '묘수'일 수 있다.

'가이드라인'이 법과 동일한 효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정부와 여당 모두 노동시간 행정 해석 적용 사례를 바탕으로 익히 알고 있다.


현재 근로기준법이 정한 노동 시간은 주 40시간이며 최대 12시간의 연장근로만 가능하다. 하지만 정부가 토·일요일 업무는 연장근로가 아니라는 행정해석을 내려 사실상 주 68시간(40+12+16[토·일요일 8시간 근무]) 일을 할 수 있다. 정부의 행정 해석 및 지침이 법을 우선하는 대표적 사례다.

이에 따라 일반해고 관련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내용 여부와 상관없이 해고와 관련된 수많은 소송들의 예측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노동전문가는 "해고 소송에 대해 법원이 현재는 유연하게 판단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사측도 노무관리가 더 중요해진다. 사용자에게 오히려 더 부담되는 것인데 오해가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 "이미 법원판례 많은데…가이드라인은 꼼수 결정판"

그러나 일반해고 요건 완화를 바라보는 노동계의 시선은 불편하다.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은 사측이 더 이상 눈치를 보지 않고 쉬운 해고를 할 수 있도록 정부가 길을 터주는 것으로 이미 답을 정했다.

법의 견제 없이 앞으로도 '가이드라인'을 정부 입맛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 법에 존립 근거가 명시돼 있지만 업무 성과는 저조할 수밖에 없는 '전임 노조' 관계자들이 결국 타깃이 될 것이라는 우려 등으로 노동계는 일반해고 '가이드라인' 논의 자체를 거부 중이다.

정부가 마련 중이라는 '가이드라인' 내용을 살펴봐도 그 동안 법원이 내려온 판례들과 거의 다르지 않은 상황이라 법 개정을 피하려는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은 지난 2일 발표한 '직무능력사회 정착을 위한 핵심적 과제로서 공정한 인사평가에 기초한 합리적 인사관리'라는 제하의 보도자료에서 업무 저성과자의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이후에 이른바 '일반해고'를 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가이드' 하는 내용을 고용노동부를 대신해 발표했다.

이에 대해 양현 철도노조 법규국장은 "사측이 업무 저성과자를 해고하지 않기 위해 교육 등의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도 할 수 없이 쫓아낸 경우를 인정하는 법원의 판례는 이미 수없이 있었다"며 "그런데도 ‘가이드라인’ 정하려는 것은 해고 요건을 완화해 판례에 영향을 미치려는 지속적인 정부 꼼수의 결정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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