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을 지난달 탈당한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가 신당 창당을 준비한다. 그 이름으로 '신민당'이 유력하다고 한다. 신당 창당이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그 내용은 실망스럽다.
12일 야권을 종합하면 호남에선 새정치연합의 인기가 떨어져 일종의 정치권력 공백이 생겼다. 이 공간을 차지하기 위해 무소속연대든 신당이든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그 중 하나인 '박준영신당'은 전형적인 지역정당으로 볼 수 있다. 전남지사를 세차례나 지낸 그의 정치기반, 고 김대중 대통령(DJ)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신민당이란 이름도 그렇다.
지역당의 출현 자체를 폄하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 정당법이 창당 진입장벽을 둬 지역당을 억제하고 전국정당을 유도하는 내용이긴 하지만 지역별 경제사정, 환경이 다양한 것을 인정하면 지역정당의 존재도 필연적이다.
문제는 그 내용이다. 박준영신당은 첫째 비전이 안 보인다. 당명으로 유력하다는 '신민당'은 1960·1967·1994년 각각 등장했고 신한민주당(1985-1988)의 약칭이기도 했다. 박 전 지사가 주목한 건 1967년 신민당이다. 당시 분열된 야권 통합으로 태어난 신민당에서 1971년 김영삼(YS)·김대중 의원이 '40대 기수론' 돌풍을 일으켰다. 대선후보 경선에서 DJ가 선출돼 박정희 대통령과 겨뤘다.
그 신민당이 등장한 지 40년이 가깝다. 신당의 이름으로 선택한다면 시대착오다. 박 전 지사는 "(신민당으로 하자는) 그런 의견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신민당'을 추천하는 인사들을 개혁적이거나 진취적인 정치세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둘째 신당이 'DJ의 추억'을 파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면 "한국정치의 성숙과 야권의 장래를 위해 고뇌하시는 많은 분들께 새로운 모색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박 전 지사의 탈당선언에 부합하지 않는다. 총선마다 명멸했던 정당들을 살펴보면 선거용 정당이 정책정당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정치내공 20년 가까운 박 전 지사가 이런 점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일이 되게 하려고 분위기를 조성하거나, 조금씩 단서를 흘리면서 관심을 끄는 것을 '군불 땐다'고 표현한다. "8~9월 창당선언 검토"가 전형적인 군불때기라면 그 방에 앉은 국민들은 온기를 못 느끼는데 불을 때는 박 전 지사만 훈훈한 것은 아닌지 자문해봐야 한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박 전 지사의 신당에 대해 "분열해서 이기기 어려운데도 통합 대신 분열을 택했고 정치적 명분도 약하다"며 "박 전 지사처럼 경험 많은 분의 헌신이 필요한 시점인데 개인의 정치적 이익만 찾는 것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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