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특별위원회 간사인 이완영 의원은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특위 간담회에서 취업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한 학생의 지적에 이같이 답하며 "그렇게 (학생을) 이해시켜드리겠다"고 했다. 채용 심사에서 탈락한 이유를 구직자에게 알려주는 내용의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신경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발의 취지가 무색해진 순간이다.
이 의원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임금피크제를 통해 고용이 증대되거나 확대된 외국 사례가 있느냐"는 배일도 자문위원 질문에 이재흥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이 "일부 유럽 기업 사례가…"라고 말하자 이 의원은 "엘지화학 사례 말하면 되잖아! 그걸 몰라!"라고 다그쳤다. 이 실장은 그래도 엘지화학을 언급하지 않았다.
정부가 역풍을 맞았던 해외취업도 등장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세 명의 학생 구직자 발언을 들은 유재섭 자문위원은 "대기업 취업이 안되면 중소기업, 중소기업이 안되면 해외로 나가는 길도 있다"며 "중국어든 영어든 외국어 하나쯤은 해야한다"고 말했다. 대기업만 고집할 게 아니라 중소기업으로 눈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빠짐없이 제기됐다.
이에 청년비영리단체 '청년이여는미래' 신보라 대표가 발언을 신청, "청년층이 갖고 있는 현실과 (말씀하시는 내용들 간) 괴리된 게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신 대표는 "중국도 좋은 인재들을 국내에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는 마당에 (정부는) 우리 청년들을 '밖으로 나가세요'라고 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은 것 같다"고 피력했다.
학생 구직자들의 성토도 이어졌다. 한 학생은 "해외생취업을 염두에 두고 웨스트프로그램이란 걸 신청했었지만 면접에 가지 않았다"고 했다.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에 다녀온 주변인들의 말을 들어보니 '정부에서 보내주기는 하나 현지에 가선 알아서 살아남아라'란 식이었다는 것이다. 그 학생은 "자기 실력으로 (직장을) 구해야하고 안되면 접시라도 닦아야 한다는데 미국에서 접시 닦을거면 한국에서 닦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했다.
중소기업에 지원해본 적 있느냐는 질문이 재차 나오자 다른 학생은 "청년 눈높이를 말하기 전에 세상의 눈높이를 말하고 싶다"며 "한국 사회에서 (직장의) 높낮이는 분명 존재하고 구직자로서 첫 직장이 갖는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청년 눈높이를 낮추라고 하기 전에 중소기업 근무 조건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했다.
현장의 생생한 체험담이 오갔지만 결론은 도돌이표였다. 고향은 지방이나 대학을 서울로 온 학생들이 지역인재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학생들 지적에 대해 이 의원은 "그건 좀 정부에서 반영해줘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것이 이날 간담회에서 얻은 유일한 성과였다.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신 대표는 "아무래도 기성세대 분들이라 청년층 애로사항에 대해 잘 모르고 오신 것 같고, 고용노동부에서 오시긴 했지만 청년고용촉진특별법과 같은 것들을 저보다도 잘 모르시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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