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퀀트는 가라…'데이터사이언티스트' 시대 온다"

머니투데이 이병찬 이코노미스트 | 2015.08.16 07:00

[숨고르기]주식 초과수익을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에서 깨낸다

편집자주 | 변동성이 점점 커지는 금융경제 격변기에 잠시 숨고르며 슬기로운 방향을 모색합니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미국의 IT매거진 와이어드(WIRED)의 편집장이었던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이 2008년 6월에 기고한 ‘이론의 종말(The End of Theory: The Data Deluge Makes the Scientific Method Obsolete)’은 본격적인 빅데이터시대를 예고하는 기념비적 칼럼으로 알려져 있다.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엄청난 양의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도출되는 ‘상관관계(correlation)’가 전통적인 이론과 모델을 통한 ‘인과관계(causality)’보다 세상을 이해하고 예측하는데 정확하고 유효하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이 8개월 후인 2009년 2월 구글(Google)은 독감 관련 검색데이터를 이용하여 북미 대서양연안 중부지역에 독감이 유행할 것이라고 예보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2주 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동일한 독감 예보를 발령하고 만다.

6년 전에 드러난 일부의 빅데이터 예측기술이 이 정도 수준임을 감안하면, ICT 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가속성장하고 있는 지금이나 수년 후의 빅데이터 예측기술이 어느 수준에 올라가 있을지는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빅데이터 분석시스템이 미래예측의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는 걸 예측하기는 어렵지 않다.

미래예측은 모든 인간 활동과 사회구조의 핵심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예측활동 중에 어떤 분야보다 관심이 높고 필요성이 큰 분야는 모든 경제주체의 부(富)와 연관된 금융시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기에 주식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이 빅데이터 시대의 가장 절실하고 우선적인 분석 대상으로 떠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기존의 통계기관, 연구소, 기업 등이 생산하는 낡은 데이터와 녹슨 모델로 금융경제를 분석예측하기엔 세상의 변화속도와 변화량은 너무나 크고 복잡다기하다. 광속으로 폭발하는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함에 있어 전통적인 분석 방법은 용도 폐기 일보 직전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전통적인 분석가(analyst)와 연구자(researcher)로부터 예측력이나 차별화된 정보력을 기대하고 있는 금융소비자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예측력, 정확도, 즉시성, 효율성 등 모든 면에서 경쟁력을 잃어 가고 있기에 소속 기관의 마케팅 보조 인력이나 정보 수집 센터로서의 역할 이상을 수행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멀지 않은 장래에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에 기반한 테이터 사이언티스트(data scientist)에게 급격히 그 기능과 역할을 넘겨줄 가능성이 크다.

이런 현상은 글로벌 금융정보산업 지형에 큰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골드만삭스는 이미 소셜미디어데이터 분석업체 데이터마이너(Dataminr), 재무데이터 공학업체 겐쇼테크놀로지(Kensho Technologies), 예측데이터 분석업체 콘텍스트렐리반트(Context Relevant), 아시아 빅데이터솔루션업체 앤투이트(Antuit) 등 빅데이터 금융회사에 대한 광범위한 투자를 통해 금융정보산업 지형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중국 인터넷 금융정보 서비스 1위 업체인 동화순(同花顺)은 주식정보관련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배포한 뒤 확보·축적한 빅데이터를 통해 다양한 맞춤형 투자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동화순의 비지니스모델을 벤치마킹하기 위하여 작년 11월 알리바바의 계열사 앤트파이낸셜과 상하이미디어그룹(SMG)이 공동으로 금융정보서비스업체 항생집원(恒生聚園)에 투자한 바 있으며, 지난 7월에는 경제 매체인 제일재경일보(第一財經日報·CBN) 지분 30% 인수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알리페이를 이용한 주식투자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1년 설립한 빅데이터기반 주식투자정보업체 뉴지스탁을 비롯하여 2013년 설립하여 빅데이터기반 주식투자정보앱 스넥(SNECK)을 개발한 위버플 등 스타트업 수준의 업체들이 분투하고 있는 정도이다. 그나마 2013년 6월에 코스콤이 각종 통계자료와 SNS데이터 등을 이용한 주가 분석 및 예측 시스템 개발 소식으로 업계의 기대가 컸으나 본격적인 상용화 소식은 아직까지 들리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자상거래나 SNS의 활성화 수준에 비하면 금융정보관련 빅데이터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시간의 문제일 뿐이지 전통적 의미의 금융정보분석이나 기업분석은 빅데이터 그리고 알고리즘에 대부분의 자리를 내어줄 것이 분명하다. 머지않아 금융정보산업의 핵심 부분에 일대 변혁이 일어날 것이다.

하바드대학 수학교수 출신의 계량분석가(퀀트,Quant)인 제임스 사이먼이 설립한 르네상스테크놀로지는 1982년 설립 시부터 그가 은퇴한 2009년까지 연평균 30%의 수익률을 실현했다. 그 원천에는 첨단 수학과 컴퓨터에 기반한 계량데이터 분석모델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계량 데이터 뿐만 아니라 정성 데이터까지 분석 가능한 시대가 됐다. 점점 시장의 초과수익은 누가 먼저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하는가에 달려 있음이 자명해지고 있다. 그야말로 빅데이터는 21세기의 국경없는 자원의 보고(寶庫, borderless mine)이다. 먼저 탐사하고 채취하는 자의 몫이다.

우리나라의 인적 물적 ICT인프라 수준을 감안한다면 빅데이터 분석시스템과 알고리즘의 선제적인 연구개발로 글로벌 시장을 리드할 수 있는 잠재력은 충분하다. 그러나 금융업계에는 빅데이터기반의 금융혁명을 주도할 세력이 아직 미약해 보인다. IT종사자들은 시스템 관리자 내지는 프로그램 코딩 전문가에 불과한 수준이고 트레이딩·상품개발·영업 전문가들이 대응하기엔 크게 역부족이다.

남은 대안은 애널리스트와 퀀트들에게 있다. 이들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과감한 변신해 빅데이터의 광맥을 깨내길 잔뜩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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