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지뢰'에 긴장고조···朴, '8.15 경축사' 강경기조 선회

머니투데이 이상배, 오세중 기자 | 2015.08.11 11:34

[the300] 靑 "北, 사죄와 책임자 처벌 엄중히 촉구"…軍, 군사분계선 대북 심리전 재개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오는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북한이 비무장지대(DMZ)에서 '지뢰 도발'을 벌이면서 남북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담길 대북 메시지도 재검토가 불가피하게 됐다.

박 대통령은 당초 북한에 '비핵화'와 '남북교류협력'을 촉구하는 등 화해와 협력의 메시지를 전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었으나 '지뢰 도발' 이후 강경기조로 경축사를 수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靑 "北, 사죄와 책임자 처벌 엄중히 촉구"

정부 핵심 관계자는 11일 "광복절 경축사에 포함될 대북 메시지의 큰 틀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DMZ에서 '지뢰 도발'이 발생해 우리 장병이 크게 다친 만큼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드레스덴 선언(한반도 평화통일 구상) △통일대박론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 화해와 협력에 기반한 남북관계 구상을 내세워왔다.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박 대통령은 "북한은 분단과 대결의 타성에서 벗어나 '핵'을 버리고 국제사회로 나와야 한다"고 강조한 뒤 "북한이 과거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평화 구축에 대한 진정한 의지를 보여준다면 우리 국민들은 안심하고 남북교류협력을 환영할 것이고, 남북은 공동발전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에 화해의 손길을 내민 바 있다.

그러나 지난 4일 경기 파주시 DMZ에서 북측이 의도적으로 매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목함지뢰가 폭발해 우리 군 장병 2명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대북 메시지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이 사건 이후 군과 정부는 이미 북한을 상대로 강경기조로 선회했다. 우리 군은 '지뢰 도발'에 대한 대응책의 하나로 10일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2004년 6월 남북 합의로 의해 중지된 뒤 11년 만이다.

대북 심리전의 일환인 확성기 방송은 그동안 북한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해 온 사안 가운데 하나다. 합참은 10일 성명을 통해 "북한이 자신들의 도발에 응당하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도 11일 "이번 사건은 북한이 군사분계선를 불법으로 침범해 목함지뢰를 매설한 명백한 도발로, 정전협정과 남북간 불가침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규탄한 뒤 "북한은 사죄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전날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북한의 표준시 변경에 대해 "어떤 사전 협의와 통보도 없이 표준시 변경을 발표한 것은 매우 유감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하며 대북 강경기조로의 선회를 시사한 바 있다.

◇ "北, 10월 추가 도발 가능성"

한편 오는 17일부터 이달말까지로 예정된 연례 '을지프리덤가디언 한미연합군사연습'에 대해 올해도 북한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남북간 군사적 긴장은 더욱 악화될 우려가 높다.

북한 리수용 외무상은 지난 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에서 한미연합군사연습을 겨냥, "미국이 무력 증강을 통해 군사동맹을 강화하는 구실로만 조선(북한)을 이용하려 든다면 제2의 조선전쟁(6·25전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최근 증·개축을 마친 동창리 발사대에서 장거리 로켓을 시험 발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군사적 긴장을 노린 북한의 이 같은 무력 도발과 경고는 이번 '광복 70주년'을 대외 관계개선이 아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체제의 내부 결속을 위한 계기로 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뢰 도발'에 대해 자신들의 소행임을 부인해 남남갈등을 유도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남북간 긴장 고조에 따라 그동안 정부가 역점 추진해온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남북 보건의료 협력 △이산가족 생사확인 및 서신교환 △개성공단 탁아소 증축 등 남북교류사업들도 당분간 진전이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북한이 10월10일 노동당 창건일을 전후해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을 추가로 감행할 우려도 있다"며 "'광복 70주년'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베스트 클릭

  1. 1 1000도 화산재 기둥 '펑'…"지옥 같았다" 단풍놀이 갔다 주검으로[뉴스속오늘]
  2. 2 [단독]유승준 '또' 한국행 거부 당했다…"대법서 두차례나 승소했는데"
  3. 3 "임신한 딸이 계단 청소를?"…머리채 잡은 장모 고소한 사위
  4. 4 "대한민국이 날 버렸어" 홍명보의 말…안정환 과거 '일침' 재조명
  5. 5 "봉하마을 뒷산 절벽서 뛰어내려"…중학교 시험지 예문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