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은 사고지점 수목이 울창한데다 악천후로 감시가 제한됐다는 입장이지만 스스로 감시공백을 인정한 꼴이어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국방부 합동조사단은 브리핑을 열고 "이번 사건은 북한이 의도적·불법적으로 군사분계선을 침범한 후 우리 작전병력의 이동로 상에 목함지뢰를 매설해 살상을 기도한 명백한 군사도발"이라고 밝혔다.
합동조사단은 △폭발물의 잔해가 북한제 목함지뢰와 일치하는 점 △사고지점보다 지대가 높은 남쪽 지역은 2008년 철책 설치공사 시 지뢰가 모두 제거된 점 △추진철책 일대에 유실된 흙이나 수목 등 부산물이 없는 점 △우리측 수색정찰로 상 추진철책 통문 남쪽과 북쪽에 나란히 지뢰 3발이 매설된 점 등을 근거로 이 같이 결론내렸다.
합동조사단은 북한군이 통문 북쪽에 앉아 통문 하단 공간을 이용해 남쪽 방향으로 팔을 내밀어 지뢰를 매설하고 흙을 덮어 위장한 후 북쪽에도 동일한 방법으로 매설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매설 시점은 우리 병력이 마지막으로 사고지점 통문을 무사히 통과한 지난달 22일부터 사고발생 전날인 지난 3일이 유력하다고 분석했다. 이 기간은 흐리고 비오는 날이 많았으며 특히 지난달 24~26일까지는 150mm 집중호우가 내려 감시가 더욱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DMZ 전체 가시율은 약 70%이지만 하계에는 28%로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 군은 북한군의 지뢰매설 장면을 실시간으로 파악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사고발생 후 사고지점을 촬영한 백학OP(관측소초)의 감시영상장비 녹화화면에서도 북한군의 움직임을 포착하지 못했다.
감시장비가 24시간 사고지역에 고정돼있는 것이 아니라 감시장비 한 대를 돌려가며 넓은 지역을 감시하기 때문에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실제 1차 폭발 당시 감시장비는 다른 곳을 비추다 폭음으로 사고를 인지한 후 2차 폭발 장면만 포착했다.
우리 군은 GP와 GP 사이 넓은 지역에서 일정 부분 '감시 공백'은 불가피하며, 이번 사건은 우리 군 경계작전 실패가 아닌 북한군의 도발이란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 DMZ 부근에서 북한군의 훈련과 활동이 증가하는 등 도발이 예견됐는데도 이에 대비하지 못한 점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우리 군도 이런 DMZ 부근 활동을 알고 있었고 이에 대해 철저히 대비하도록 전방 지시를 강화하고 있었다"며 "그러나 이것은 기상에 많은 영향을 받아 감시장비 기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없었다. 통문지역은 항상 다니는 지역이기 때문에 지뢰탐지를 하며 전진했어야 하지만 모든 지역을 다 지뢰탐지 하면 계획된 수색을 진행할 수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어 "DMZ 내에서는 군사분계선을 못 넘어오도록 북한군이 침투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에 수색과 매복 등을 하며 주도권 작전을 펴는데 감시가 100% 가능한 것은 아니며 노력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면 안 되는데 정전협정을 위반한 북한군의 잘못"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방부의 이러한 해명은 사실상 감시 사각지대에 대한 대비책이 없다는 것을 인정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북한군이 사각지대를 틈타 도발할 경우 속수무책일 가능성이 높아 재발위험 논란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우리 군은 이날 대북 경고성명을 통해 "북한이 응당하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방식에 대해선 함구했다. 북한군이 도발하는 직접적 증거를 포착하지 못해 과거 천안함 폭침사건 때처럼 북한이 도발을 끝내 부인하며 사과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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