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雜s]'45세 청년'…말은 고맙지만

머니투데이 김준형 기자 | 2015.08.11 05:30

편집자주 | 40대 남자가 늘어놓는 잡스런 이야기, 이 나이에도 여전히 나도 잡스가 될 수 있다는 꿈을 버리지 못하는 40대의 다이어리입니다. 몇년 있으면 50雜s로 바뀝니다. 계속 쓸 수 있다면...

청량제 같은 소식이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국회의원 공천자 중 10%를 무조건 '청년'들에게 할당하자고 제안했다. 혁신위가 말한 '청년'은 만45세 이하의 당원을 말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만 오십이 안된 나 역시 '갓' 청년을 벗어난, '준청년' 정도로는 우겨도 될 만하다.

이런 훌륭한 기준이 어디서 나왔나.
새정치민주연합 당원규정에 "청년당원은 만 45세 이하(노인당원은 64세 이상) 당원을 말한다"고 돼 있다. 열린우리당 시절엔 '청년'기준이 39세 였고 대통합민주신당때는 55세까지 파격적으로 높아졌다. 문재인 당대표가 선출된 지난 2.8 전당대회 직전 다시 42세로 낮췄다. '42세'에 맞춰 청년위원장을 뽑으려고 보니 사람이 너무 없어서 다시 새누리당 규정과 같은 45세로 높였다고 한다.

실제로 새누리당도 청년 기준은 45세다. 당규에 "중앙청년위원회, 시?도청년위원회는 만 45세 이하의 남?녀 당원으로 구성한다"로 돼 있다. 그런데 '45세=청년'이 좀 뭣했던지 '미래세대위원회' 조항에는 "중앙청년위원회 산하에 만19세 이상, 만 35세 미만의 청년으로 구성되는 미래세대위원회를 둔다"고 했다.

새누리당의 '미래 청년'은 35세인데, '진보'와 '청년'쪽에 상대적으로 가깝다고 해야 할 새정치민주연합의 '45세=청년'기준은 상식과는 거리가 있다. 더구나 그걸 '혁신'이라고 제안하는건 더더욱 어색하다.

19대 총선 당선자를 연령대별로 봐도 당선당시 만 45세 이하였던 국회의원이 35명이나 된다. '공천자'가 아니라 '당선자'로만 따져도 이미 10%를 훨씬 넘는다. 그러할진데,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가 당 전체 공천자의 10% 이상을 '청년'으로 공천하겠다는게 얼마나 '혁신'일지 산수가 잘 안된다.

요즘 같은 고령화 시기에 45세면 한창 청년이고, 실제 육체나이로는 액면의 80%인 36세 정도라고 이야기할지 모른다. 유엔에서 마련한 기준으로 따지면 65세까지가 청년이다. 하지만 그건 나이 든 사람 듣기 좋으라고 하는 이야기일 뿐.


법적으로 따져도 청년고용촉진법상 청년기준은 15~34세까지다(29세이던걸 그나마 올해 7월부터 상향했다). 창업지원법상의 우대 대상인 예비청년창업자나 청년창업자의 범위는 39세 이하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청년'들이 직면한 고민은 취업, 결혼, 비정규직...이런 것들이다. 40대가 넘어가면 노후걱정으로 관심이 옮겨 간다. 40대들의 이해관계는 우리 후배들, 즉 진정한 '청년'과는 달라진다는 말이다.

'청년 의원'들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려면 적어도 당내에서 '집단'으로서의 세력을 형성할만큼은 돼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정말로 절박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면 '45세 청년' 말고, 제대로 된 된 어린 청년들을 대거 동료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이다.

청년층은 언제까지 야당(혹은 진보정당)을 지지할 거라는 게 야당의 막연한 믿음인 듯 하다. 하지만 실제 여론조사에서는 20대 유권자들의 정당 지지율은 새누리당이 높게 나온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이제는 늙어서 기득권층이 돼 버린 '운동권'이나 '대기업 노조'의 눈높이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면 청년들의 마음은 더욱 식어갈 것이다. '45세 미만 청년 10% 공천' 같은 공허한 혁신으론 청년들의 마음을 잡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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