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선의 잠금해제]'우먼 인 골드'와 빼앗긴 16만점의 유물

머니투데이 신혜선 정보미디어과학부&문화부 겸임부장 | 2015.08.15 07:52

<28> 해방 70년, 뒤틀린 역사를 바로잡는 일은 얼마나 했나

시네큐브 상영중 포스터
현존하는 가장 비싼 초상화는 오스트리아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가 그린 ‘아델레 블로흐 - 바우어’다. 그냥 봐도 비싸 보이는 목걸이를 한 여인은 온통 금박이로 장식돼있다. 화가가 그린 여인의 표정에선 나른한 우아함과 자존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하지만, 이 초상화는 2006년 우리나라 돈으로 1500억원에 경매돼 현재 미국 노이에 갤러리에 전시돼있다. 화가도 그림의 주인공도 모두 오스트리아 사람들인데, 심지어 ‘오스트리아의 모나리자’로 칭송받는데 이 그림은 어쩌다 미국 갤러리에 전시돼 있을까.

이 초상화를 소재로 한 영화 ‘우먼 인 골드’가 상영 중이다. 클림트의 그림을 알아보는 이라면 이 초상화는 익숙하다. 하지만 이 그림이 2차 세계대전과 나치의 잔인한 지배에서 무조건 살아남기 위해 부모와 조국을 버렸던 이들의 아픈 이야기를 안고 있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자식이 없던 숙모와 숙부는 조카 마리아 알트만을 아꼈고, 그림 속 목걸이와 더불어 숙모가 모델인 그 그림을 유산으로 남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나치에 뺏겼고, 이후 오스트리아 정부로 그림이 넘어갔다. 영화는 실존 인물 마리아 알트만(초상화 주인공의 조카)과 그녀의 변호사 랜디 쉔베르크가 오스트리아 정부를 대상으로 그림을 되찾기 위해 8년간 법정 싸움을 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영화가 조용하게 입소문을 타고 있는 이유를 생각하니 배우들의 연기력 외에도 그림이 제 주인에게 돌아가는 과정에서 전쟁의 역사와 상처받은 사람들 그리고 역사에 눈을 뜨는 자식 세대의 이야기가 짜임새 있게 잘 버무려졌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돈 때문에 소송에 참여한 젊은 변호사는 오스트리아 정부를 대상으로 한 소송을 진행하면서 비로소 무관심했던 자신의 뿌리와 슬픈 역사를 직면한다. 그리고 미국 법정에서 이렇게 말한다. “미국은 전쟁을 피해 온 이에게 자유를 줬고 이제 정의까지 선물했으면 한다.”

특히 그는 오스트리아가 나치에 점령당했을 때 그에 반발했던 이들 말고 ‘꽃송이’를 던지며 환호했던 이들이 결국 지금의 권력자임도 깨닫게 된다.


마리아 알트만과 랜디 쉔베르크가 진짜 원했던 건 그렇게 나치를 환호했던 이들이 자행한 약탈의 인정, 그리고 반성과 사죄였다. 오스트리아 정부가 일찌감치 이를 인정했다면 모국(국민)이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는 그림은 미국이 아닌 오스트리아 박물관에 전시돼 있었을 것이다.

영화를 보고 문득 우리나라의 것임에도 전쟁 통에 빼앗겨 외국에 있는 우리 문화재 현황이 궁금했다. 개인소유는 차지하고 진짜 국보급인 물건들이 분명 돌아오지 못하고 있을 텐데 말이다.

문화재청이 파악한 자료를 보니 현재 20개국에 16만302점의 문화재가 흩어져 있다. 일본에 제일 많은 문화재가 있을 것이란 추측은 틀린 생각이 아니다. 동경국립박물관 등에 무려 6만7708점이 있다. 하지만, 우군으로 해방을 도왔다는 미국에도 4만4365점이나 있다. 이는 물론 확인된 것만이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반환’이 국제법으로 강제하지 않기에 문화재 환수는 인내를 갖고 협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조심스럽게 밝혔다. 이런 이유로 현재 반환 논의를 하는 문화재 명단도 극히 일부만 공개하고 있다.

영화 속 주인공은 최초 오스트리아 정부에 가서 개인 소유 그림을 돌려주길 원한다는 짧은 연설을 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반환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봤다. 빌리거나 차지했던 것을 되돌려준다는 의미다.” 국제법이 있든 없든 사실 반환은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행해져야 하는 게 옳다.

8.15 광복 70주년을 경축하기 위한 행사가 대대적으로 열리고 있다. 해방 70년을 경축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해방 이후 70년간 우리는 뒤틀어진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는지, 빼앗긴 문화재를 되찾기 위한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를 살펴보면 경축만 하고 있을 때도 아닌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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