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역별 비례대표 도입, 낙타 바늘귀 통과하기…핵심은 '초과의석'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 2015.08.09 14:44

[the300]초과의석 발생으로 의원수 증가…기득권 버리는 '지역구 축소' 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여권이 추진하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공천제)와의 '빅딜'을 제안하면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이 내년 '총선 룰' 협상에 주요 화두로 등장했다.
하지만 기존 선거제도의 틀을 흔드는 큰 변화인데다, 국회의원 정원수를 늘리지 않는 한 지역구 축소 등 현직 의원들의 기득권 포기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에서 시한이 다가올수록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월 제시하고, 야당이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도는 독일이 시행하고 있는 선거제도와 유사하다. 선관위가 제시한 안에 따르면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누고 인구수 등을 기준으로 권역별 총 의석을 확정한 뒤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친 정당별 의석수를 배분한다. 각 정당은 배분 받은 의석에서 지역구 당선자수를 뺀 수 만큼 명부순위에 따라 비례대표 당선인을 추가로 결정한다. 권역별 정당득표율과 의석수가 거의 비례하기 때문에 비례성을 높이고 우리 정치의 고질적인 문제로 평가되는 지역 편중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각 권역내에서 한 정당이 정당득표율에 비해 많은 지역구를 획득할 경우 승리한 지역구수가 배정받은 전체 의석 수(지역구+비례)를 초과하는 '초과 의석'이 발생할 수 있다. 가령 147석(지역 112석, 비례 35석)이 할당된 A권역에서 ㄱ정당이 정당득표율에 따라 지역구와 비례를 합쳐 60석을 배분받았는데 지역구에서만 65석을 받았다면 5석이 초과의석이 된다. 나머지 정당은 해당 권역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역구 의원수를 비례대표로 채우기 때문에 초과의석 수인 5석만큼 비례대표가 늘어 전체 의원수가 증가하게 된다. 선관위안은 이 초과의석 만큼 의원 정수 확대를 용인하고 있어 그만큼 전체 의원 정수가 증가하게 된다.

문제는 비례대표 비중이 낮을수록 초과의석이 많아진다는 데 있다. 입법조사처가 지난해 말 자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역구와 비례 의석 비율을 현재와 같은 4.5대 1(246명 대 54명), 전국을 5개 권역으로 구분해 (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지난 2012년 19대 총선 결과에 적용할 경우 초과의석이 27석(새누리당 18석, 민주통합당(현 새정치민주연합) 9석)까지 발생하는 것으로 돼 있다. 초과 의석수만큼 의원 정수가 늘어나게 되므로 의원 수는 현행 300명에서 327명으로 증가하게 된다. 늘어난 의원수 만큼 비례대표가 증가해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의석수 비율은 최종적으로 246명 대 81명이 된다.




초과의석으로 인한 의원수 증가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지역구와 비례대표간의 의석수 차이를 줄여야 한다. 전체 비례대표 의석수가 많으면 정당득표율에 비해 지역구 의석을 많이 가져가더라도 전체 배정의석을 초과할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선관위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제안하면서 지역구와 비례 비율을 2대 1로 제안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비례대표와 지역구를 1대 1로 적용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에도 초과의석 수가 간간히 나오는 것을 감안하면 2대 1 이상 격차가 벌어질 경우 초과의석이 지나치게 많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의원 정수 확대에 대한 국민적인 반감을 생각하면서 의원수를 늘리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의원 수를 현행 300명으로 유지하고 지역구와 비례를 2대 1로 조정하기 위해서는 지역구는 246명에서 200명으로 줄이고, 비례는 54명에서 100명으로 늘어나야 한다. 총선을 8개월 가량 남긴 상황에서 지역구수를 46개 줄이는 것도 사실상 혁명적인 변화에 가깝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의원 정수를 현행대로 유지하면서도 지역구 수는 축소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권역별 정당득표율을 비례대표 의석수에만 적용하는 일본식 권역별 비례대표나 선관위안에서 의원정수가 늘지 않도록 조정하는 방안 등도 거론되지만 권역별 비례대표 자체에 대해 여당이 거부감을 갖고 있어 현실화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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