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 실종사건'…영화가 버린 '공포', 연극이 살린다

머니투데이 김유진 기자 | 2015.08.08 03:19

'공포=영화' 공식 깨져... 연극, 웹툰 등에서 장르물로 부활

서울 대학로에서 공연 중인 공포연극 '두 여자' 포스터. /사진제공=극단 노는이

영화관에서 공포영화가 집단으로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링' '착신아리' '여고괴담' 등 여름이면 영화관으로 돌아와 풋풋한 연인들의 스킨십 지수를 높이고 체온은 5도씩 낮추던 공포영화. 이상하게도 이번 여름 극장가에서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극장가에서 사라진 공포물이 연극이나 웹툰 등 비주류 문화로 파고들며 새로운 틈새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여름 시즌이 시작된 지난달 박스오피스 10위 안에 들어간 공포영화는 단 1건이었던 반면, 연극은 대학로에서 8건이 인기리에 상영되고 있다. 웹툰 또한 요일별 조회수 상위권을 독점한다.

영화가 공포물의 창구라는 보편적인 인식이 깨지고 다른 분야에서 공포·호러 장르물이 뜨고 있는 것이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성공하는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흥행에 별 재미를 못 보는 공포 영화를 제작할 동기가 없어진 게 가장 큰 이유"라며 "안일한 기획과 계절 요인을 타는 습관적 제작 형태의 공포물은 흥행과 무관하고 새로운 장르물로 인식되는 연극 등의 무대로 자연스럽게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극장가, 공포 제작 꺼리고 블록버스터에 혈안

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박스오피스 10위 중 공포영화는 단 한 편도 없었다. 여름 시즌으로 볼 수 있는 지난 7월부터 최근까지 개봉 영화 중 눈에 띄는 공포영화는 '인시디어스3'와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 정도였지만 이 영화들마저 각각 겨우 82만 명, 35만 명을 동원했을 뿐이다.

CGV 영화편성 관계자는 "예전에는 여름은 공포영화, 겨울은 따뜻한 크리스마스 영화 등으로 뚜렷한 선호가 있었는데 최근 몇 년간은 관객들이 계절 관계없이 영화를 보는 추세"라며 "특히 여름 시즌에 대작들이 몰리면서 관심이 그쪽으로 쏠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포가 사라진 자리에는 '암살' '베테랑' 같은 대작들이 줄지어 들어섰고, 9월엔 '서부전선'까지 합세해 장르물이 점점 사라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이 집계한 박스오피스 1~10위./사진제공=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홈페이지

◇'현실적 공포' 또는 '예상외 공포'로 인기끄는 연극·웹툰

공포영화 포스터 하나 없는 극장가와 달리, 대학로 등 연극 공연장이 많은 거리에서는 수많은 공포연극이 빼곡히 들어섰다. 마치 "공포물은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했다.

'흉터' '더 하우스' '영안실' '최면' '괴담' 등 올 여름 대학로에서 공연 중인 공포연극만 8개다. 2010년만 해도 대학로에는 공포연극이 단 3개에 불과했으니 5년 만에 300% 가까운 성장률을 보인 셈이다.


2011년 '옥수역 귀신'으로 수많은 시민들을 "악!" 소리나게 하며 존재감을 각인시킨 공포웹툰도 여름을 맞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달 13일 시작돼 여러 작가들이 공동 연재 중인 네이버 웹툰 '2015 소름' 또한 각 요일별 순위 상위권에 위치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지난 공포웹툰들과 달리 올해는 전 회차가 '무빙툰'(움직이는 만화)으로 제작돼 말 그대로 '소름'을 돋게 한다. 안 그래도 공포스러운 내용과 그림체에 움직임과 소리까지 더하니 효과가 크다. 특히 갑작스레 튀어나오는 일명 '갑툭튀' 장면을 무빙툰으로 보게 되면 비명 소리가 절로 나 공포의 극한을 맛볼 수 있다는 게 독자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네이버 웹툰 '2015 소름' 13화 '현상'의 한 장면./사진제공=네이버 웹툰

◇"공포에 익숙해진 관객들, 더 직접적인 공포 원해"

공포영화가 맥을 못 차리는 가운데 공포연극으로는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가 뭘까. 영화 전문가들은 현실사회가 공포스러운데, 굳이 영화에서 공포물이 필요할까라는 우스갯소리를 던지며 '공포=영화'라는 등식을 거부한다. 연극은 그런 현실의 공포를 철저히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객의 호응을 얻고 있다.

대학로 공포연극 '두 여자'를 연출한 극단 노는이의 김원진 연출은 "영화와 달리 불이 다 꺼진 깜깜한 상황에서 귀신의 머리카락이 직접 스치고 가는 등 직접적인 공포가 가능해 인기를 끄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웹툰도 사정은 마찬가지. 현실적 공포는 아니지만, 예상외로 던지는 상상의 공포가 더 현실감있게 다가오고 다양한 변주를 통해 각색할 수 있다는 점이 공포의 또다른 체험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 웹툰 관계자는 "매년 조회수가 높은 단편전뿐만 아니라 '기기괴괴'나 '하이브' 등 스릴러 장르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공포물을 선보이기에 웹툰이 좋은 플랫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진종훈 문화평론가는 "전에는 문화생활의 70%가 영화였는데 이제는 다양해져서 굳이 영화를 통해 더위를 쫓을 필요가 없게 됐다"며 "이로 인해 화면만이 아닌, 직접적인 공포 체험이 가능한 연극, 쉽게 접할 수 있는 웹툰 등으로 공포물이 옮겨온 것으로 본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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