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과 공자가 만나 주식투자를 논하면…"블래쉬(BLASH)"

머니투데이 홍찬선 머니투데이CMU유닛장 | 2015.08.05 05:30

[공자 이코노믹스]<9>남이 버리면 취하고 남이 취하면 내 준다

편집자주 | 세계 문명이 아시아로 옮겨오는 21세기에 공자의 유학은 글로벌 지도이념으로 부활하고 있다. 공자의 유학은 반만년 동안 우리와 동고동락하며 DNA 깊숙이 자리 잡았다. 이에 공자라면 얽히고설킨 한국 경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그 해답을 찾아본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피땀 흘려 모은 돈을 주식투자로 날려 버린 나한심 씨가 ‘투자의 신’으로 일컬어지는 워런 버핏을 찾아가 비법을 알려달라고 간청했다. ‘비법을 얻지 못하면 이 자리에서 죽겠다’는 나한심씨의 살기 서린 결연한 표정을 보고 버핏이 받아 적으라고 했다.

버핏이 말한 것은 바로 ‘블래쉬(BLASH)’. 엄청난 비법을 얻었다는 기쁨도 잠시, 나한심 씨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블래쉬가 뭘 뜻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시 조르기를 몇 시간. 버핏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블래쉬란 ‘값이 쌀 때 사서 비쌀 때 팔라’는 뜻의 ‘Buy Low And Sell High’의 머리글자로 만든 말이다. 블래쉬만 잘 지키면 투자의 신이 되는 건 금방이다.”

BLASH는 ‘쌀 때 사서 비싸게 팔라’는 뜻

그럼 블래쉬는 버핏의 특허일까. 시계 바늘을 2000년 전으로 돌려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 을 잠시 들여다보자. 화식열전은 화(貨) 즉 재산을, 크게 불린(식, 殖) 사람들의 스토리를 정리해 놓은 ‘부자 전기’ 같은 것이다.

이 화식열전에 ‘인기아취 인취아여(人棄我取 人取我與)’라는 말이 나온다. 한문에서 인(人)은 남을, 아(我)는 나를 뜻한다. 그러니 이 말은 ‘다른 사람들이 버리면 나는 취하고 남이 취하면 나는 내놓는다’는 뜻이다. 흔히 ‘계연지책(計然之策)’으로 알려진 이 말은 ‘값이 내릴 때는 금은주옥 취하듯 사들이고 값이 오를 때는 똥 버리듯이 내다 판다’는 ‘귀출여분토 천취여주옥(貴出如糞土 賤取如珠玉)’과 연결된다. 값이 한껏 오르면 떨어지고 많이 떨어지면 오르게 마련인 법칙에 따라 행동하라는 것이다. 이는 ‘어떤 일이든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대 방향의 일이 시작된다’는 『주역(周易)』의 ‘물극필반(物極必反)’에 따른 자연 이치라고 할 수 있다.

남이 장에 간다고 아무런 볼 일도 없는데 덩달아 장에 가는 ‘덩달이’가 아니라, 남이 하는 것을 자세히 관찰한 뒤 그것과 반대로 하는 ‘깜찍이’가 투자에서 돈을 벌고 인생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BLASH의 원조는 ‘인기아취 인취아여’


‘인기아취 인취아여(人棄我取 人取我與)’는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한즉자주 수즉자거(旱則資舟 水則資車)’와도 연결된다. ‘한즉자주 수즉자거’는 가물 때는 홍수가 날 것에 대비해 배를 준비하고, 큰물이 졌을 때는 가뭄이 들이닥칠 것에 대비해 물을 댈 수 있는 수차(水車)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밀짚모자는 겨울에 사고 외투는 여름에 사라’는 투자격언과 마찬가지다. 이를 한자어로는 ‘대핍(待乏)’이라고 한다. 어떤 일이든 눈앞에 닥쳤을 때 준비하려면 돈이 많이 들고, 부실 공사가 될 우려가 크다. 하지만 일이 몰려오기 훨씬 전에 그런 일이 있을 것을 예상하고 준비한다면 적은 비용으로 훨씬 효과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해 놓을 수 있다. 게다가 가뭄이 온 뒤에는 홍수가 지고, 엄동설한 뒤에는 따듯한 봄날을 지나 습증폭서(濕蒸暴暑)가 오는 게 계절의 순리다. 주가도 파도처럼 오른 뒤에는 반드시 하락하고 크게 떨어지면 많이 오르게 마련이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것과 같은 이치다.

계연지책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더 큰 이익을 노리고) 돈이나 물건을 쌓아놓지 말고 회전을 빠르게 하라고 강조한다. ‘돈을 손 안에 잡아 두지 말고 가격이 오른 물건을 꽉 붙들고 있지 마라’며 ‘무식폐 무감거귀(無息弊 無敢居貴)’를 지키라고 한다. 이 말은 매점매석(買占賣惜)을 경계한 것이다.

BLASH는 人棄我取=旱則資舟=無敢居貴로 통해

매점매석은 남들의 고통을 아랑곳하지 않고 나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단기적으로 큰 이익을 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신뢰를 잃어 큰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 가격이 쌀 때 사서 적정한 가격에 파는 것은 풍년 때 곡식 가격이 폭락하는 것을 막고 흉년 때 급등하는 것을 억제해 물가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하면서 이익도 얻으니 시장의 신뢰를 얻어 지속가능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인기아취(人棄我取)와 한즉자주(旱則資舟), 그리고 무감거귀(無敢居貴). 비록 한자말이어서 언뜻 보면 어려워 보이지만 부자 되는 재산관리 원칙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21세기에 주식투자를 잘 하고 비즈니스를 성공시키기는 데 옛것을 아는 것(溫故)이 새로운 것을 알아(知新) 자기만의 성공방정식을 만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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