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과학]'소행성 연가'

머니투데이 이명현 머니투데이과학저술가·천문학자 | 2015.08.07 03:04

<2>수천조원 자원의 보고 Vs 지구 멸종 불러올 위협적 존재…소행성의 양면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하지만 며칠 전만해도 '5조짜리 소행성, 지구를 지나갔다. 우주광산 업체 군침'이나 '6000조 백금 소행성?' '황금 다이아 소행성도 있다'같은 호들갑스러운 제목을 단 신문 기사가 넘쳐났었다.

우리 시간으로 7월 20일 아침 무렵에 소행성 '2011-UW158'이 지구 근처를 지나갔는데 알고 보니 백금이 많이 매장돼 있다는 것이다. 소행성이 지구에 접근할 때면 방송이나 신문에서는 지구와의 충돌 위험성에 초점을 맞췄던 것이 그동안의 언론의 태도였다.

그런데 이번에 지구로 다가온 소행성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면에서 관심을 보였다.

소행성 2011-UW158에 매장된 백금의 양은 1억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시가로 따지면 6000조 정도 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지구로 가져오지 못한다면 백금 소행성도 그저 하늘을 날아다니는 돌덩어리에 불과할 것이다.

놀랍게도(어쩌면 당연하게도) 이미 그런 꿈을 꾸고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플라네터리 리소시스'라던가 '딥 스페이스 인더스트리' 같은 회사들은 소행성 채굴을 목표로 설립된 민간 회사들이다.

플라네터리 리소시스는 구글 공동 창업자인 슈미트 회장이나 영화 아바타를 감독한 카메론 감독 같은 사람들이 투자를 해서 만든 회사다.

먼저 우주망원경을 쏘아 올려서 소행성의 성분을 분류하고 소행성으로부터 물을 비롯한 자원을 우주공간에서 추출한 후 공급하는 우주주유소 사업을 먼저 진행할 예정이다. 기술과 분위기가 성숙되면 본격적인 소행성 채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어느 누구도 천체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지만 미국 의회는 점유할 수는 없지만 활용은 가능하다는 애매한 입장을 취하면서 소행성 채국 회사들을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2011-UW158은 2년 쯤 후에 다시 지구 근처로 다가올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때까지 채굴 기술이 확보되지는 않겠지만 언젠가는 이들 회사의 채굴 대상이 될 것만은 틀림이 없다.

소행성이 엄청난 백금을 매장하고 있다고 지구와의 충돌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자원의 보고로서의 소행성의 모습이 있다면 다른 한편에는 우리 문명과 현생 생명체를 멸종시킬 수 있는 위험한 소행성의 모습도 있다.


2011-UW158의 크기는 긴 쪽이 600미터, 짧은 쪽이 300미터 정도로 알려져 있다. 고구마나 감자처럼 길쭉한 모습이다. 크기를 450x1000미터 정도로 좀 더 크게 추정하기도 한다. 1908년 시베리아 퉁구스카 지역의 상공에서 폭발한 소행성의 크기가 40미터 정도였다. 충돌도 아니고 공중에서 폭발했는데도 주변 수백 제곱미터에 달하는 지역이 초토화 되었다.

열 배 정도 더 큰 백금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한다면 전 지구적인 재난이 닥칠 것이 명백하다. 6500만년 전에 공룡을 비롯한 대부분의 생명체를 멸종으로 이끈 것도 소행성 (또는 혜성) 충돌이었다.

지난 6월 30일 영국의 천문학자 마틴 리스와 락그룹 퀸의 기타리스트이자 천문학자인 브라이언 메이가 앞장을 서서 '세계 소행성의 날'을 선포했다. 우리나라도 이들과 보조를 맞춰서 선포 대열에 합류했다. 우리나라 사람으로는 최초로 소행성을 발견한 이태형과 '미생'의 작가 윤태호도 이 행렬에 동참했다.

현재 지구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소행성의 1% 정도만 효과적으로 모니터링 하고 있는데 앞으로 10년 동안 추적 소행성의 수를 100배 늘이자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나는 독 오른 꼬리를 한껏 치켜들고 밤의 서랍이 쏟아 내는 은빛 알갱이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천문학자의 예상대로라면 이 행성의 수명은 얼마 남지 않았겠지요." 김경인 시인의 '소행성에서 온 편지'의 일부다. 소행성 충돌을 맞이하는 지구인의 아스라한 감정이 드러나는 것 같은 시구다.

하지만 위험을 인식한 이상 과학자들은 가만히 앉아서 인류를 멸종에 이르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소행성의 날의 공식 음악으로 지정된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를 들으며 병도 주고 약도 주는 소행성 연가를 불러본다.

베스트 클릭

  1. 1 쓰레기탑 쌓고 칭칭…'수거 거부' 당한 종량제 봉투, 이런 메모 붙었다
  2. 2 "번개탄 검색"…'선우은숙과 이혼' 유영재, 정신병원 긴급 입원
  3. 3 유영재 정신병원 입원에 선우은숙 '황당'…"법적 절차 그대로 진행"
  4. 4 법원장을 변호사로…조형기, 사체유기에도 '집행유예 감형' 비결
  5. 5 "60대 맞아?" 아르헨티나 미인대회 1위 나이 화제…직업도 화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