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300]새정치연합의 '답정너' 셀프디스

머니투데이 이현수 기자 | 2015.07.31 11:32

[the300]

'답정너'는 2년 전 쯤 인터넷에서 유행했던 은어다. '답은 정해져 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의 약어로 '자기자랑'을 우회해 표현하는 이들을 우리는 그렇게 일컬었다. 유체이탈과는 조금 다른 종류의 불통인데, 굳이 설명을 붙이면 '소통하고자 하는 불통'쯤이 되겠다. 사례를 보여주겠다.

A : 나 오늘 아이유 닮았다는 말 들었는데, 자꾸 닮았다는 소리 들어서 짜증나. (나 아이유 닮았다고 답해줘)
B : 아니 안 닮았어. 신경 쓰지 마.
A : 근데 자꾸 닮았다고 주위에서 그래서 기분 나빴어. 진짜 닮은 것 같아? (제발 닮았다고 답해줘)
B : 아니 전혀 안 닮았다니까?
A : 그치? 그런데 빈말은 아닌 것 같아서 고민돼. 너도 솔직하게 얘기해봐. (닮았다고 답하라니까?)

요즘 새정치민주연합이 선보이는 셀프디스가 철지난 유행어를 머릿속에서 끄집어 냈다.
디스(disrespect)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하는데, 들어보면 자기자랑이다. '내게 이런 단점이 있는데 미안해'로 흐르는 문구지만, 실은 단점이 아니다. '네가 최고'라는 얘길 듣고 싶어하는 답정너다. 셀프디스가 아닌 짜증유발이다.

문재인 "강한 카리스마를 보여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박지원 "호남, 호남해서 죄송합니다"
이재명 "성남시민만 챙겨서 죄송합니다"
이종걸 "할아버지 성함 석자 앞에 언제나 부끄럽습니다"

초반엔 답을 해줄만 했다. 그래요, 문 대표님은 부드러운 남자예요. 박 의원님은 호남의 맹주입니다.


그런데 이재명 성남시장부터는 솔직히 뭐라고 답을 하기가 힘든 지경이다. 회사 선배는 내게 이런 답을 줬다. "성남시장이 성남을 챙기지 그러면 용인시를 챙기는가?" 그리고 31일 발표된 이종걸 의원의 셀프디스! "아…네."

정치인들의 자아가 강하다는 것은 세상이 아는 사실이지만, '셀프디스' 자리에서까지 '내가 최고'를 내려놓지 못하는 모습은 씁쓸함을 자아낸다. 손혜원 새정치연합 홍보위원장은 당초 "당 소속 모두가 자기반성을 통해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을 셀프디스 기획 의도라고 설명했다.

손 위원장은 또 "오늘부터 매일 하루 두 세 명 씩 의원들은 물론 자치단체장들까지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4명이 셀프디스를 끝낸 시점에서 나는 자치단체장들까지 포함한 답정너 군단을 마주하기가 두렵다.

무적으로 보이는 답정너에게도 천적은 있다. 바로 '넌씨눈'이다. '넌 씨X 눈치도 없느냐'의 줄임말인데 답정너와 넌씨눈의 관계를 아직 모르는 사람은 인터넷을 검색해보길 권유한다.

무적으로 보이는 답정너에게도 천적은 있다. 바로 '넌씨눈'이다. '넌 씨X 눈치도 없느냐'의 줄임말인데 답정너와 넌씨눈의 관계를 아직 모르는 사람은 인터넷을 검색해보길 권유한다.

말을 꺼낸 김에 기자가 넌씨눈의 자세로, 이종걸 의원의 '빙의디스'를 해보겠다. 이 정도 디스를 할 자신이 없으면 새정치연합은 셀프디스 캠페인을 진지하게 다시 고민해보길 바란다.

"저는 맨날 지각을합니다. 오죽했으면 별명이 '지각종걸'이죠. 지각은 하지만 자리에 빠지는 법은 없습니다. 지각은했으나 약속자리에 꼭 가긴 해서 '꼭 갈게 종걸'이라는 별명도 붙었습니다. 지각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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