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사춘기에 들어선 여아 라일리, 그 속엔 기쁨이(Joy), 슬픔이(Sadness), 버럭이(Anger), 까칠이(Disgust), 소심이(Fear) 등 의인화한 5가지 감정이 살고 있다. 감정캐릭터가 라일리 뇌 속에 '감정조절본부'를 꾸리고, 라일리 행동을 조절·제어한다.
예컨대 '기쁨이'는 다른 도시로 이사 간 라일리가 새 학교에서 새 친구들을 만나도록 해 설레게 하고, 분노 감정 캐릭터인 '버럭'은 라일리가 고향 미네소타로 가출하게 만든다.
피트 닥터 감독이 자신의 딸의 사춘기를 곁에서 지켜본 경험을 토대로 시나리오를 작성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이 영화가 이목을 끄는 이유는 감정 연구로 유명한 폴 애크먼 박사를 비롯해 심리학자·뇌과학자들의 자문에 근거해 제작했기 때문. 마음 작동 방식에 대한 최신 연구성과를 꽤 정확히 그려냈다는 호평도 따른다.
그래서 인지 이 작품은 특이하게도 미국 예일대 의대 스티븐 노벨라 교수 등 과학기술계 전문가들의 영화평이 유독 많다. 국내에서도 의료·뇌과학자들의 칼럼을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검색해 찾아볼 수 있다.
영화관을 나온 후 문득 이런 궁금증이 생겼다. 왜 여자아이 라일리를 주인공으로 낙점했을까.
이는 지난해 5월 미국 펜실베니아 연구팀의 발표 내용을 보면 제작진들의 캐릭터 설정 의도가 대략 짐작이 간다.
논문에 따르면 사춘기 소녀가 또래 소년보다 우울감이나 불안장애를 겪을 확률이 더 높다. 감정의 변화폭이 훨씬 더 크다는 얘기이다.
연구팀은 이 같은 차이를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에스트로겐이 혈류를 증가시켜 뇌로 공급되는 혈액 양을 평균치 이상으로 높인다는 것. 이 같은 작용이 우울증과 불안장애, 예민함 등으로 나타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극상에서 라일리는 슬픈 표정에 대한 반응이 크게 나타난다. 사춘기는 슬픔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이들의 감정에 동화되고 반응하는 기능이 이때 만들어진다.
때론 우울하고 슬프다가도 차분해지면서 객관적으로 사실을 볼 수 있는 차분함도 이때 만들어진다. 영화에서 라일리의 뇌 속에서 슬픔이의 역할 비중이 크게 보이는 것도 이런 점을 감안해 제작했기 때문이다.
사춘기 시절, 갖가지 경험과 감정 변화 등을 통해 라일리 뇌 속은 어떤 변화를 겪게 될까.
뇌 속 신경세포(뉴런)은 다른 뉴런과 그물망처럼 연결돼 있다. 이를 시냅스라고 부른다. 뉴런 수보단 뉴런의 그물망이 얼마나 촘촘하게 잘 퍼져 있느냐가 중요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같은 뉴런 연결은 평균 20대 중반 때 완성된다. 하지만 불완전한 뉴런 간 연결은 외부 자극, 경험, 학습에 따라 그 연결망이 달라질 수 있는 여지를 만든다. 따라서 이때 경험으로 더 똑똑한 뇌가 만들어질 수 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슈 람스덴 박사팀은 청소년기 아이들의 IQ 변화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2004년, 2008년 두 차례로 나눠 동일한 학생(33명, 12~16세)들을 대상으로 IQ 테스트를 시행했다.
그 결과 몇몇 실험 대상자들은 그들 동년배의 평균 IQ점수보다 20점 높게 나타나는 등 IQ가 향상됐다. 반대로 처음보다 20점 이상 떨어지는 IQ점수도 나왔다. 이는 IQ가 불변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 보인 것, 연구팀은 IQ 점수 변화는 뇌 특정 부위 변화와 연관성이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언어IQ 증가는 뇌 회색질 밀도 증가와 밀접한 연관성을 보였다. 뇌 회색질은 뇌의 처리과정이 일어나는 부위이다.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5가지 감정이 뒤섞여 행복과 불행을 번갈아 연출하더라도 이들의 주인은 '나'라는 것, 또 그런 나가 말한다. "불행이 있어 행복은 더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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