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甲)옷' 입은 서울시 공무원…비정규직은 서럽다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 2015.07.31 05:01

"말 안 들으면 공무직 전환 안해준다" 협박, 공무직들도 차별대우…처벌은 솜방망이


서울시 공무원이 비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해 권력관계를 통한 '갑(甲)질'을 하는 사례가 상당수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거나 말을 잘 들어야 정규직으로 전환해준다고 하는 등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괴롭혀 온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근로자들도 기존과 다를 바 없이 차별대우를 받고 있단 주장이 나왔다.

30일 서울시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의뢰해 올해 1월부터 한 달 간 비정규직과 공무직 근로자 216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여부를 조사한 결과 총 47.1%가 1회 이상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전체의 10.2%는 지난 반년 동안 매주 1회 이상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답했다.

조사대상인 216명 중 100명은 2013년 이전에 공무직으로 전환된 근로자였고, 다른 116명은 향후 공무직으로 전환될 예정인 비정규직 근로자였다. 본청과 직속기관에 소속된 응답자가 31명, 산하사업소 소속이 185명이었다.

괴롭힘의 유형은 성희롱과 성추행이 가장 많았다. 조사대상인 216명이 겪은 성희롱과 성추행을 전체 5953명에 대입해 환산하면 하루 평균 60~70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CTV로 작업을 감시하는 경우도 50~60회로 많았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이들을 가장 많이 괴롭히는 가해자는 서울시 담당부서 정규직 공무원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괴롭힘 가해자 중 총 37.18%가 서울시 담당공무원이라 답했다. 이어 32.05%가 상사인 작업반장이나 실장이었고, 동료직원도 11.54% 가량 차지했다.

시가 비정규직의 고용을 개선해주겠다며 오는 2017년까지 전원 직으로 바꾼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실상 현장에선 이들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과 차별대우가 여전히 다수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말을 듣지 않으면 공무직으로 바꿔주지 않겠다'고 협박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실태조사를 진행한 서유정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은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무기계약직으로 바꿔주지 않는다고 협박하거나 월급을 안 올려준다고 하니까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줄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기계약직으로 바뀐 비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한 차별대우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 부연구위원은 "공무직으로 바뀌면서 서울시 소속이 됐다고 생각했는데 서울시 정규직 공무원들처럼 보호받지 못하고 차별대우를 받는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근로자일 때와 똑같다고 털어놓는다는 것이다.

시 공무원이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관리하는 작업반장 등을 시켜 괴롭히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 부연구위원은 "쟤가 마음에 안 드니까 괴롭히라는 사례도 있어 이를 포함하면 시 공무원의 가해자 비율이 조사된 37.18%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서울시 공무직 노조에 따르면 시 공무원들이 수시로 현장점검하며 군기를 잡거나 CCTV로 감시하고, 휴식시간 등을 초과했단 이유로 집합시켜 정신교육을 시키는 등 괴롭힘을 당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가를 강제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우건 서울시 공무직노조 대표는 "서울시 감사실은 이 같은 직장 내 괴롭힘을 개인적 사항으로 치부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피해에 대한 처벌규정도 모호해 가해자에 대한 처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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