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 조홍근의 내 몸 건강 설명서] 음주 후 벌건 얼굴, 고혈압 신호등!

머니투데이 조홍근 연세조홍근내과 연세조홍근내과 원장 | 2015.08.01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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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고 얼굴이 벌게진 사람들을 보고 “간이 나빠서 저런다, 건강이 안 좋다” 등의 말들을 많이 하지요. 술을 마시면 왜 얼굴이 벌게질까요?

몸속으로 들어온 술은 가장 먼저 아세토알데하이드라는 중간물질이 되고 이후 ADLH라는 효소에 의해 아세틴산이 됩니다. 그런데 술의 나쁜 부작용들은 아세토알데하이드로 인해 발생합니다. 이 중간물질은 혈관을 확장시켜 얼굴을 붉어지게 하고 구토를 유발하며 심장을 급격히 뛰게 만들고, 머리를 아프게 하는 등 우리가 ‘숙취’라고 부르는 여러 증상을 유발합니다. 요즘 텔레비전에 자주 등장하는 숙취 음료 광고에 나오는 이미지처럼, 우리를 ‘개’같이 만들거나 다음날 ‘떡’이 되게 하는, 물질 이동의 신묘한 조화를 부리는 녀석이 바로 아세토알데하이드입니다.

ADLH는 아세토알데하이드를 신속하게 없애는 효소인데, 서양인에 비해 동양인은 이 효소가 부실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음주 후 얼굴이 벌게지는 현상(flusher)이 생깁니다.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동양인에게만 압도적으로 많아 한국이나 일본은 전체 인구의 37%가 이런 현상을 보이는 데 반해 서양인은 10% 내외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술 마시고 얼굴이 벌게지는 현상을 서양에서는 ‘Asian flush’라고도 합니다.

이처럼 사실 우리는 술에 약한 민족입니다. 그런데 알코올 의존성은 전체 인구의 22%나 됩니다. 미국의 13%보다 월등히 많은 수치입니다. 술 소비량이 세계 랭킹 13위라고 하는데 인구수를 감안한 것이 아니라 총량이니 일인당 술 소비량은 훨씬 더 높을 것입니다. 술에 약한 민족이 오히려 술을 더 많이 마시니 부작용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술이 문제가 되고 있는 사회이니만큼 여러 연구가 나오고 있습니다. 충남대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음주와 고혈압에 대해 연구한 논문은 술에 대한 세계적인 학술지 온라인 판에 실리기도 했습니다(Hypertension associated with alcohol consumption based on the facial flushing reaction to drinking).


주 내용은 “술을 마시면 얼굴이 벌게지는 사람들이(flusher) 술을 많이 마시면 비음주자나 얼굴이 붉어지지 않는 사람보다 고혈압이 될 위험이 더 높다”입니다. flusher가 일주일에 4잔 이상의 소주를 마시면 비음주자보다 고혈압이 동반될 위험이 무려 2.2~2.3배 증가했다고 합니다. 즉 고혈압 환자가 2배 이상 많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술을 마셔도 얼굴이 붉어지지 않는 그룹은 일주일에 소주 8잔 이상을 마셔야 비음주자보다 고혈압의 위험이 1.6배 증가합니다. 이 그룹은 아주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만 정상인보다 고혈압이 많았습니다.

얼굴이 붉어지는 현상과 고혈압이 무슨 상관일까요? 얼굴이 벌게지는 것은 술의 중간물질인 아세토알데하이드가 몸속에 오래 존재한다는 뜻이고, 이 중간물질은 직간접 작용으로 혈압을 올립니다.

정리해볼까요. 술 마시면 쉽게 붉어지는 증상은 술이 약하다는 증거이고, 단기적으로는 술 때문에 ‘개’가 되거나 ‘떡’이 될 수도 있지요.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몇 년 안에 고혈압에 걸려 위험해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일주일에 4잔 이상 마시지 마세요. 안면홍조군은 숙취에 시달릴 확률도 더욱 크니 꼭 명심하세요.

술 마셔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그걸 자랑으로 여기며 마음껏 마시면 당연히 건강은 나빠집니다. 세상에 술 잘 마신다는 자랑만큼 어리석은 것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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