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은 없는데 세금 폭탄...중국펀드 속 터져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 2015.07.31 03:29

펀드 결산시기, 세금 납부에 중요 정보인데 투자설명서엔 없어

#자산가 A씨는 중국펀드만 보면 속이 터진다. 올 상반기 중국 증시가 급등하면서 평가차익이 일시적으로 2000만원을 초과해 금융소득종합과세가 확정됐는데 이후 증시가 급락하면서 이익은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A씨는 중국펀드에서 수익이 없는데도 내년 5월에 종합소득세를 내야 한다.

중국펀드 수익률이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세금 악몽'이 재발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올 상반기에 결산을 마친 중국펀드들은 투자자들의 평가이익에 대해 이미 15.4%의 세금을 냈다. 이 중 올 상반기까지 평가차익이 2000만원이 넘는 투자자들은 올 하반기 증시 폭락으로 펀드 환매시 손에 쥐는 수익이 2000만원이 안 되더라도 내년 5월에 종합소득세를 추가로 내야 한다.

◇대형 중국펀드들 상반기 결산..증시 고점에서 세금 납부=상하이종합지수는 30일 3705.77로 마감했다. 지난 6월 한때 5000선을 넘기도 했지만 최근 증시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올초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홍콩 증시 역시 마찬가지다.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는 지난 5월 장중에 1만4800선을 돌파하며 강한 상승세를 나타냈지만 이날 종가는 1만1137.33포인트로 오히려 올초 1만2000선을 밑돌고 있다. 올초 중국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일시적으로 대박 수익의 '달콤한 꿈'을 꿨던 셈이다.

문제는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린 허상의 수익에도 세금이 붙는다는 점이다. 펀드는 1년마다 결산을 하는데 결산일은 보통 펀드 출시일로 정해진다.
중국펀드 중 설정액이 가장 큰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1A(설정액 7067억원)는 결산일이 3월19일, 신한BNPP봉쥬르차이나2A(6820억원)는 4월3일, KB차이나A(1632억원)는 6월14일이다.

올초에 1억원을 투자해 결산일 당일 3000만원 수익이 난 상태였다면 462만원의 세금을 자동 납부하게 된다. 해외펀드는 배당금, 환차익, 자본차익 모두에 15.4%의 배당소득세가 붙는다. 증시 하락으로 환매시 수익이 세금 납부 후 100만원에 불과해도 펀드에서 이미 자동 납부한 세금은 돌려받지는 못한다.

더 억울한 일은 결산일 평가차익이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인 2000만원을 초과했으면 이후 수익이 2000만원 밑으로 떨어져도 내년 5월에 결산일 당시 평가차익을 기준으로 종합소득세를 신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산일 수익이 3000만원이었다면 펀드 환매시 실제 수익이 100만원이라 해도 과세 표준은 3000만원이 된다.

근로소득이 1억원인 투자자라면 총 1억3000만원에 대해 종합소득세를 내야 한다. 종합소득세는 누진세로 소득에 따라 6~38%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이 투자자의 경우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인 2000만원을 초과한 1000만원에 대해 35%의 세금을 내야 한다. 평가차익의 15.4%는 펀드에서 자동 납부돼 추가로 내야 할 세금은 232만원이다. 결국 이 투자자는 중국 펀드 투자로 100만원을 번 것이 아니라 132만원 손해를 본 것이 된다.


미국도 결산일 평가차익으로 과세하지만 원천징수하지 않고 세금 신고 때 납부하도록 한다. 결산일 이후 환매시 차익이 줄었으면 그만큼 투자자가 손해를 봤다고 간주하고 여타 투자로 차익을 회복할 때까지 과세하지 않는다. 게다가 국내에선 개별 펀드마다 과세돼 전체적으로 금융자산에서 손실이 났더라도 이익이 난 펀드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야 하지만 미국은 자본차익과 손실을 합산해 과세한다. 아울러 미국은 자본투자로 손실을 입었으면 일반소득(근로소득과 이자·배당 소득)에서 1년에 3000달러까지 세금을 제외해준다.

임창연 현대증권 세무전문위원은 "많은 투자자들이 자신의 '수익'과 '과세 소득'을 혼동한다"며 "정부가 결산일 때 펀드의 과세 소득을 인식하게 되면 실제 수익과 관계없이 과세 소득에 세금이 부과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금 납부에 중요한 펀드 결산시기...투자설명서엔 없어=펀드 결산일이 세금 납부에 중요하지만 일반 투자자들이 펀드 결산일을 알기란 쉽지 않다. 투자설명서에도 펀드 결산일은 기재되지 않는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보통 펀드 출시일을 결산일로 하는데 투자설명서는 펀드 출시 이전에도 작성하기 때문에 결산일 기재가 의무는 아니다"라며 "펀드 가입 이후 받아볼 수 있는 운용보고서 등에 결산일을 기록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펀드 투자자들은 여러 펀드에 가입한 경우 각기 다른 결산일을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같은 펀드라도 클래스가 다른 경우 결산일이 다를 수 있다. 정부가 인식하는 펀드 소득이 언제 2000만원을 넘는지도 투자자들은 개별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세금 납부 기간 즈음에 공개되는 홈택스에서는 일괄적으로 자신의 금융소득과 세금 과표를 확인할 수 있지만 홈택스가 개방되기 전에는 펀드를 가입한 금융기관마다 확인할 수밖에 없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초 펀드 투자 원금에 손실이 발생할 경우 과세되지 않도록 평가차익에 대한 과세를 펀드 환매 때까지 과세를 이연하도록 세제 개편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펀드 과세의 이같은 문제점이 다음달 6일 발표되는 세법 개정안에 포함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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