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락만 수십번… "당신은 닭장 속 독수리입니다"

머니투데이 김세준 국민대학교 겸임교수 | 2015.07.31 09:21

[취업시장 오해와 진실]⑥ 기업이 원하는 인재

이제 또 다시 하반기 취업 전쟁터가 열리겠네요. 지난 상반기 크고작은 전투에서 수없이 많은 고통을 겪고 날개가 꺾였을지도 모를 당신께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어느 한적한 시골 마을에 암탉 한 마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 암탉은 매일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소중한 알들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암탉이 잠깐 물을 먹으러 간 사이에 독수리알 하나가 또르르 굴러들어왔습니다. 이를 눈치채지 못한 암탉은 계속해서 알들을 품었습니다. 드디어 알을 깨고 병아리들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물론 아기 독수리도 함께 말이지요. 암탉은 이상하게 생긴 새 한 마리가 섞여 있는 것을 보고도 눈치를 채지 못했습니다. 아기 독수리는 자신이 독수리라는 것을 알지 못한 채 병아리로 살아갔습니다. 암탉과 병아리들을 쫓아다니면서 병아리와 똑같이 먹고 마시고 잤습니다. 하늘에 독수리가 떠있으면 다른 병아리들처럼 혼비백산하여 도망쳤습니다. 그리고는 스스로 생각했습니다. ‘우와, 멋지다. 나도 저런 독수리처럼 높이 날아오를 수만 있다면, 나도 저 독수리처럼 멋지고 용맹스러웠으면….’

2015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취업을 하려면 수십 번의 탈락 소식을 듣게 됩니다. 취준생이 되기 전까지 여러분들은 아무리 많은 탈락 통보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기껏해야 서너 번 정도였을 것입니다. 그것도 20년 동안에 걸쳐서 말이지요. 그런데 대학 4학년이 되니 6개월 동안에만 수십 번의 좌절을 경험해야 했을 겁니다. 그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물론 절대 여러분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이런 탈락의 과정을 자주 겪다 보면 스스로가 참으로 한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불안하고 아플 것입니다. 탈락의 이유조차 알 수 없을 때가 많을 것입니다. 방 안에만 틀어박혀 한숨만 쉬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릴지도 모릅니다. ‘나는 병아리인가?’

여러분 그 동안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습니까? 수많은 난관을 거쳐 대학에 입학했고 그것도 모자라 스펙을 쌓기 위해 지구 어디라도 가지 않았습니까? 학점, 동아리, 봉사활동, 헌혈, 아르바이트, 인턴, 자격증, 외국어 점수 등을 따고도 부족함을 느껴서 지금도 무엇인가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토록 많은 것들을 해내고도 아직 성에 차지 않아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것을 하려고 동분서주하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 여러분들의 스펙은 세계 어느 나라에 내놓아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워낙 일자리는 부족하고 뛰어난 사람들은 많다 보니 서로 원치않는 경쟁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탈락할 이유가 없는 인재들이 탈락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만들어진 것일 뿐이지, 그 누구 하나 스펙이 부족해서 탈락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 이제 기업 입장에서 생각해봅시다. 기업은 신입사원을 뽑으면서 엄청난 비밀을 오픈하게 됩니다. 수십 년에 걸쳐 쌓아온 비즈니스 노하우, 기술, 정보, 비법 등을 신입사원에게 공개하게 됩니다. 이게 얼마짜리인 줄 아십니까? 경쟁사들이 수십억 원 아니, 수백억 원을 들여서라도 빼내고 싶어하는 가치를 지닌 것들입니다.

여러분들이 기업에 입사하게 되면 뛰어놀 물이 얼마나 큰지 아십니까? 우리 기업들도 이젠 해외 오지까지 진출하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외국기업들이 벤치마킹 하는 세계 1등 기업들도 수두룩합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초일류 기업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국내 기업의 하청업체인 곳들도 있습니다.


여러분이 관리하게 될 예산이 얼마나 될지 상상이나 해보셨습니까? 삼성전자는 1분기 매출액만 50조원 이상을 달성하는 기업입니다. 갤럭시노트는 하루에만 전세계에서 수천억 원어치가 팔립니다. 소극적으로 잡아서 매일 1000억원이 팔린다고 하더라도, 매월 3조원 1년에 36조원입니다. 당신이 갤럭시노트 마케팅 담당자라면 매년 얼마의 예산을 쓰게 될까요?

기업은 바로 이런 자리들에서 일할 사람들을 뽑는 것입니다. 얼마나 믿음직스럽고 통이 커야 할까요? 당신은 유력한 후보자들 중 한 명입니다. 그런데 여전히 스스로를 병아리라고 생각을 하고 계십니까? 기업이 그런 당신을 뽑으려고 할까요?

스펙 하나에 벌벌 떠는 사람, 아르바이트·자격증·사회 경험을 지원서에 넣을지 말지, 휴학이나 졸업유예를 할지 말지, 하게 되면 스펙상 불이익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1년 공백 기간을 물어보면 무엇이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등의 사소한 문제를 놓고 전전긍긍하고 있는 사람이 과연 뽑힐까요? 진짜 병아리라고 할지라도 독수리보다 더 용맹하다고 주장하고 그 근거를 당당하게 보여주지는 못할 망정 방안에만 웅크리고만 있지는 않으신가요?

지금 우리 경제는 풍전등화 속에 있습니다. 안 그래도 대한민국 땅은 더 이상 수익을 원하는 만큼 낼 수 없는 곳이 돼버렸는데, 각종 FTA의 발효로 인해 전세계 기업들까지 끼어든 각축장이 돼버렸습니다. 미국과 FTA를 체결한 캐나다의 경우 토종 기업들 상당수가 문을 닫거나 타격을 입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황사 바람보다 더 무서운 것은 중국 기업들입니다. 저렴한 가격에 뛰어난 기술력과 마케팅력을 바탕으로 우리의 경제영토를 야금야금 먹어대고 있습니다. 우리 앞에 놓인 미래는 이제 여러분들의 어깨에 달려 있습니다.

자, 스스로를 병아리로 생각하면서 닭장 속에 살고 있는 새끼 독수리들이여! 이제 당신들이 날갯짓할 때가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땅이 너무나도 좁아서 답답해 할 당신! 전 세계 무대에서 통 큰 경쟁을 해내고 싶어서 안달이 날 당신! 깨어나십시오, 당신은 독수리입니다.

◇김세준 국민대학교 경력개발센터 겸임교수는… 아시아나항공 인사팀 근무, YBM 컨설턴트로 활동중이며 저서로는 ‘뽑고 싶어 안달나게 하는 자기소개서’, ‘뽑고 싶어 안달나게 하는 면접 답변법’, ‘자기소개서 비법 노트’, ‘대기업 합격 자기소개서 사례 및 해설집’, ‘당신이 취업에 실패한 33가지 이유’, ‘고졸 취업’, ‘로스쿨 자기소개서와 면접’, ‘내 이름이 뭐예요?’, ‘신입사원 3개월 핵심인력 30년을 좌우한다’, ‘슈퍼 신입사원’, ‘매직잡 - 한미FTA 이후 유망 직업 100선’ 등 총 20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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