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을 대동하고 일본으로 건너간 이유는 신 총괄회장의 장악력이 절대적인 롯데의 특유한 지배구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 롯데그룹의 핵심은 백화점과 대형마트로 구성된 롯데쇼핑이다. 롯데쇼핑은 롯데제과→롯데알미늄→호텔롯데로 올라가는 지배구조로 연결된다.
한국 롯데그룹의 최정점에는 호텔롯데가 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호텔롯데 위에는 일본 롯데홀딩스가 있고, 그 위에는 최상위 지배회사인 일본 광윤사가 있다.
광윤사는 일본 도쿄 신주쿠에 있는 포장재 회사다. 직원 3명의 이 회사가 90조원 넘는 매출을 올리는 한일 롯데 계열사 100여개를 좌우한다.
광윤사는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27.65%를 포함해 롯데호텔(5.45%), 롯데알미늄(22.84%), 롯데캐피탈(1.92%) 등 한국 롯데 핵심 계열사 지분도 갖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광윤사 외에 신 총괄회장 개인적으로 보유한 지분이 28%나 된다.
광윤사의 최대주주는 신 총괄회장(지분 50%)이다. 계열사 지분 90% 이상을 자녀들에게 승계한 신 총괄회장이 여전히 후계구도의 최종 결정권을 손에 쥐고 있는 것도 광윤사 지분 때문이다.
신 총괄회장에게서 광윤사 지분을 받는 이가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진짜 후계자가 된다.
롯데그룹은 순환출자가 400개가 넘을 만큼 거미줄처럼 얽힌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롯데그룹 내 계열사들이 단 1주라도 지분을 교차 소유하고 있는 순환출자(2014년7월 기준)는 417건에 달한다. 재계 1위 삼성그룹이 14건, 현대차그룹이 6건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복잡한 지배구조다.
이같은 순환출자로 오너일가 중 1명이라도 특정 계열사 지분이 높아질 경우 힘의 균형이 깨질 가능성이 높다.
2013년부터 롯데제과를 놓고 신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지분 매입 경쟁을 벌인 것에 재계가 민감하게 바라본 것과 이번에 90세가 넘은 아버지를 앞세워 신동주·동빈 형제가 다툼을 벌인 것도 여차하면 균형추를 잃는 지분 구조라는 이유가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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