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필름판 '창조경제' 산실, 오픈 이노베이션 허브 가보니

머니투데이 도쿄(일본)=김지산 기자 | 2015.07.29 03:29

[리스타트 코리아 '위기'에서 배운다-현장에서 본 아베노믹스 <8>-2]

켄지 코지마 오픈 이노베이션 허브 관장이 테잎으로 만든 정보저장장치를 들어보이고 있다./사진=김지산 기자
일본 도쿄 미드타운 후지필름 본사 3층에는 후지필름의 미래를 책임질 인큐베이터 '오픈 이노베이션 허브'가 마련돼 있다. 이곳에선 후지필름이 보유한 기술과 응용 제품 등이 모두 전시됐다.

오픈 이노베이션 허브를 단순 전시장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창업자나 기존 사업자들이 후지필름 기술을 이용해 새 사업의 힌트를 얻거나 후지필름과 사업 파트너 관계를 맺기도 하는 비즈니스 무대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후지필름 창조경제'의 산실이다.

지난 23일 오후 12시, 기자가 방문했을 때 미국에서 왔다는 기업 관계자들이 막 문을 나서고 있었다. 다카히로 다구치 전략본부 홍보담당 매니저는 "하루 딱 3명 또는 3개 팀만 예약을 받아 오픈 이노베이션 허브 출입을 허용한다"며 "1개월치 방문 예약이 잡혀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후지필름이 벌이고 있는 화장품, 필름, 의약품 사업의 각종 소재를 비롯해 사업 아이템 50여개가 전시돼 있었다. 이 전시물들은 후지필름의 과거와 미래상을 엿볼 수 있는 열쇠다.

구형 테이프을 개량한 저장장치가 대표적 예다. 겐지 고지마 오픈 이노베이션 허브 관장은 가로세로 길이가 각각 10cm, 두께 3cm 쯤 돼 보이는 사각형 테이프 상자를 차세대 친환경 저장수단이라고 소개했다.

테이프에 의한 저장은 아날로그 방식이다. 디지털에서 아날로그로 회귀라니. 친환경은 또 무슨 말인가.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고지마 관장에 따르면 이 테이프 저장용량은 2.5TB(테라바이트, 1TB=1024기가바이트(GB)), 즉 2048GB에 이른다. 전기사용량은 하드디스크의 10분 1 수준. 작은 양의 전기로도 같은 크기의 하드디스크보다 더 많은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지마 관장은 "지난해 1월 개관한 이후 400개 기업 또는 창업자들이 이곳을 찾았다"며 "이 중 10%가 실제 창업을 하거나 후지필름과 협력사 관계를 맺었다"고 말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그는 "후지필름이 소재에 강한 기업이다보니 기술 응용 분야가 광범위하고 아이디어를 접수하면 이를 구체화 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가 기획하고 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몸통이 돼 움직이는 창조경제혁신센터가 고스란히 옮겨온 듯했다. 한국과 차이가 있다면 우리 기업들은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지원대상'정도로 보지만 후지필름은 '미래 성장동력'의 핵심으로 여기고 전사적 역량을 집중한다는 점이다.

고지마 관장은 "하루 3개 팀(또는 인원)으로 방문을 제한한 건 이곳이 비밀스런 장소여서가 아니라 깊이 있게 관찰하고 심도 있는 대화를 통해 의미 있는 결과물을 이끌어내기 위한 장치"라며 "이름을 공개할 순 없지만 한국의 다수 기업들도 이곳을 다녀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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