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 관문'에서 '거래 서비스' 회사로 거듭나야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 2015.07.29 03:19

[한국자본시장 100년 주춧돌, 거래소 체제개편]<중>

편집자주 | 자본시장은 기업과 투자자의 가교역할을 통해 실물경제의 활력을 도모하는 현대 자본주의의 핵심 인프라다. 한국 자본시장의 심장인 한국거래소는 내년 설립 60주년을 맞이해 향후 100년의 주춧돌을 놓기 위한 체제개편에 한창이다. 머니투데이는 거래소 체제개편 논의의 배경과 주요 쟁점을 분석, 바람직한 자본시장의 밑그림을 모색하고자 이번 기획을 마련했다.

증권업계에서 한국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과 기업공개(IPO)를 통해 가장 큰 변화를 요구하는 곳이 코스닥시장이다. 현재 코스닥시장은 한솥밥을 먹고 있는 코스피시장과 연계해 공시와 상장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다. 거래소가 지주회사로 바뀌고 코스닥시장이 별도 법인으로 분리되면 벤처·중소기업의 성장에 초점을 맞춰 독자적으로 공시와 상장제도를 운영할 수 있게 된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코스닥시장의 상장제도가 코스피시장보다 진취적이긴 하지만 심사 등의 과정에서 코스피시장의 보수적인 운영원칙이 코스닥에도 적용되고 있다”라며 “코스닥시장이 독립적으로 시장 운용 원칙을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코스닥시장이 새로 부상하고 있는 산업의 특성에 맞는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좀더 초점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코스닥시장에서는 바이오와 문화 등 새로운 업종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2005년만 해도 IT(정보기술) 기업이 코스닥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7.5%에 달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은 39.4%로 줄었다.(지난 4월 기준) 반면 같은 기간 동안 바이오산업은 4.2%에서 17.3%로, 문화산업은 1.4%에서 3.5%로, 유통산업은 4.2%에서 7.1%로 늘어났다.

거래소 내부적으로도 가장 고민하는 것이 산업구조 변화에 발맞춰 변화된 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지천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부장은 “기업의 규모가 아니라 산업의 특성에 따라 시장이 구분돼야 한다”며 “코스피시장과 구별되는 제도를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장기 투자로 코스닥의 ‘간판스타’ 키워야=나스닥시장이라고 하면 애플, 아마존, 구글이 생각나듯 코스닥시장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대표 기업을 키워야 시장 브랜드가 올라가고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높아진다.

문제는 초기단계 기업을 ‘간판스타’로 키우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리고 그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다는 점이다. 특히 초기단계 기업들은 자금을 조달받기가 녹록치 않다. 벤처캐피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이 위험도가 큰 창업 초기 기업에 투자하기를 상당히 조심스러워 하기 때문이다. 국내 M&A(인수·합병) 시장은 협소해 기관투자가들로선 IPO 외엔 자금을 회수할만한 방안이 마땅치 않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장이 코스닥시장과 함께 분리되는 코넥스시장이다. 코넥스시장은 창업 초기 단계 기업들이 코스닥시장으로 이전할 만큼 체력을 키울 때까지 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는 통로이자 초기 단계 기업에 투자한 벤처캐피탈들이 조기에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경로다.


창업 초기 단계 기업들이 코넥스시장에 상장해 몸집을 키운 뒤 코스닥시장으로 이전, 대표 기업으로 성장하면 코스닥시장의 브랜드가 올라가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을 유인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한 펀드매니저는 “애플처럼 성장성이 있는 기업이라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닥시장 참여를 꺼릴 이유가 없다”며 “투자할만한 기업이 있느냐가 문제”라고 말했다.

◇초기에는 투자 필요...IPO로 자금 지원해야=문제는 코스닥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조성하기 위한 자금이다. 코스닥·코넥스를 포함한 코스닥시장본부는 지난해 250억원의 영업적자(상장감시 비용 포함)를 냈다. 벤처기업을 상대로 상장심사를 진행하다 보니 회사의 기술력과 재무제표, 경영투명성 등을 검토하는데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반면 상장심사 비용은 코스닥시장이 100만원으로 500만원인 코스피시장의 5분의 1 수준이다.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방책이다.

올해 코스닥시장 거래대금이 대폭 증가하긴 했지만 상장심사부의 적자를 메우면 간신히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수준일 것으로 전망된다. 코스닥시장본부가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위한 코스닥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4조2200억원이다. 코스닥시장 거래대금은 최근 4조원을 소폭 웃돌고 있다. 앞으로 코스닥시장이 활성화돼 거래가 늘어나면 심사수수료를 현행 수준으로 유지해도 흑자를 낼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된다.

거래 활성화와 수익원 다각화를 위해 코스닥시장이 최근 주력하는 것은 다양한 투자상품 개발이다. 코스닥시장은 최근 코스피200지수에 대항하는 코스닥150지수를 내놓고 리스크 헤지와 수익원 다각화를 위한 지수선물, 지수옵션, 상장지수펀드(ETF) 등의 개발에 들어갔다. 아울러 코스닥 개별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식선물도 상장시킨다. 코스닥시장본부 지 부장은 “코스피시장처럼 다양한 파생상품을 상장시켜 투자자들의 리스크 헤지 수요와 투자 욕구를 충족시킨다면 거래가 늘어나는 동시에 코스닥시장의 수익원도 다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 IPO(기업공개)를 통해 조달된 자금으로 코스닥시장이 독립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증권사 관계자는 “코스닥시장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코스닥시장 분리 과정에서 최대한 많은 금액을 출자해 자금 여력을 지원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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