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의 성공방정식=1인자와의 '네트워크' 구축

머니투데이 홍찬선 CMU 유닛장 | 2015.07.29 11:00

[공자 이코노믹스]<8>이견대인(利見大人)은 초연결사회의 집단지성 활용 전략

편집자주 | 세계 문명이 아시아로 옮겨오는 21세기에 공자의 유학은 글로벌 지도이념으로 부활하고 있다. 공자의 유학은 반만년 동안 우리와 동고동락하며 DNA 깊숙이 자리 잡았다. 이에 공자라면 얽히고설킨 한국 경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그 해답을 찾아본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IT 정보화 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말이 집단지성과 그룹 지니어스(집단천재성), 그리고 초연결성(Hyper Connectivity) 등이다. 고려해야 할 정보가 홍수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똑똑한 천재라도 혼자 일하는 것보다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업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는 것을 가리키는 말들이다.

2500년 전, 공자가 살던 시대에도 이런 ‘지적 협력’이란 개념이 넓게 이용됐다. 이는 『주역』의 이견대인(利見大人), 즉 ‘대인을 보는 것이 이롭다’는 말에서 찾을 수 있다. 큰 사람이란 뜻의 대인에 대해 공자는 “천지의 덕(德)과 함께 하고, 일월의 밝음과 함께 하며, 사시(四時)와 순서를 함께 하고, 귀신과 길흉을 함께 한다”(『주역』 건괘 문언전)고 정의한다. 천지자연의 섭리를 밝게 꿰고 있어 인간사의 길흉화복을 한발 앞서 내다보고 대응해, 일이 잘못되는 것을 최소화하고 성공으로 이끄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각 분야 1인자, 대인(大人)의 도움이 성공의 열쇠

역사적으로는 황제 자리를 선양해준 요(堯)와 순(舜)이 용대인(龍大人)으로, 역성혁명을 일으킨 탕(湯)과 무왕(武王)이 호대인(虎大人)으로 유명하다. 황제(옛날의 황제는 덕이 높고 능력이 많은 사람이었다) 자리에 오를 정도로 덕성과 능력을 갖춘 사람이 대인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민주사회인 21세기에는 더 이상 용대인도, 호대인도 있을 수 없다. 지도자인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선거로 뽑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인이 없을 수는 없다. 이름과 형태만 달라졌을 뿐, 대인의 역할을 하는 사람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기동 성균관대 교수는 대인을 ‘각 분야 1인자’로 해석한다.

『주역』에는 이견대인이 7번 나오는데, 여기서 대인은 왕이나 현명한 신하를 가리킨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건괘 구이(九二)효의 ‘현룡재전(見龍在田) 이견대인’에 대한 그의 해석은 이렇다.
“‘밭에 나타난 용’은 대학입시를 앞둔 고등학생이며, 대인은 각 학과에서 대한민국 최고 1인자 교수다. 수능 점수를 평소보다 낮게 받아 원하는 대학교와 학과를 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해보자. 이때 점수에 맞춰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학교나 학과에 들어가는 것보다 1인자 교수가 있는 학과에 들어간다. 1인자는 언젠가 반드시 크게 되는데, 그 교수에게 배운 학생도 (학교에 상관없이 그 교수와 함께) 크게 발전할 수 있다.”

건괘 구오(九五)효의 ‘비룡재천(飛龍在天) 이견대인’에서 대인은 각 분야 최고전문가다. 하늘을 나는 비룡(飛龍)인 왕이나 대통령, 회사 CEO 등은 모든 분야를 다 잘 알 수 없다. 따라서 각 분야 최고전문가를 찾아 장관이나 임원으로 발탁함으로써 최대의 성과를 낼 수 있다. 유비가 제갈공명을 삼고초려해 발탁해 촉한을 세운 것이 대표적 예다.

利見大人은 집단지성 집단천재성 초연결성과 연결

이견대인은 현대 경제·경영학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 및 집단천재성(Group Genius)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또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초연결성과도 연결된다.


집단지성은 다수의 컴퓨터 이용자 간의 상호 협동적 참여와 소통이 만들어 내는 결과물 또는 그 과정을 가리킨다. 집단지성은 가장 빠른 시간에 최적의 결과물에 도달할 수 있는 새로운 인간 활동 유형이다. 집단천재성은 ‘탁월한 한 두 명의 천재가 세상을 이끄는 시대는 끝났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창의성이 개인보다는 집단의 문제’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 각 분야에서 최고들이 함께 공통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음으로써 가장 효과적인 해답을 가장 빠르게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견대인도 ‘각 분야 1인자의 네트워크’를 강조한다. 집단지성, 집단천재성과 마찬가지로 최고 전문가들끼리의 협력을 통해 △편향성 제거 △시간단축 △문제해결이란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

이견대인, 세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다

천수송(天水訟)괘의 ‘유부질척(有孚窒惕) 이견대인’이 대표적이다. 송괘는 소송이나 싸움을 가리키는데 유부질척은 ‘나를 아는 친구들이 와서 나를 도와준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을 활용할 수 있으니 대인을 보는 게 이로울 수밖에 없다. 중풍손(重風巽)괘에서도 ‘이유왕(利攸往) 이견대인’이라고 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바가 이로우니 최고 전문가들을 보는 게 이롭다’고 강조하고 있다.

어려운 시기에도 최고 전문가(大人)는 큰 도움이 된다. 수산건(水山蹇)괘는 ‘이서남 불리동북(利西南 不利東北) 이견대인’이라고 했다. ‘서남쪽은 이롭지만 동북쪽은 불리하니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하면 이롭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건(蹇)괘 상육(上六)효에서도 ‘나아가면 어렵고 돌아오면 길할 것이니(왕건래석길(往蹇來碩吉) 대인을 보는 게 이롭다’고 했다.

요즘은 날이 갈수록 복잡다단해지고 모든 것이 연결돼 있는 초연결사회다. 이런 사회에서는 모든 분야를 혼자서 다 잘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나는 내가 잘 하고 좋아하는 분야에 집중해 1인자가 되고, 다른 분야는 그곳의 최고 1인자와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자는 2500년 전에 이견대인이란 가르침을 통해 집단지성과 초연결사회의 핵심을 파악했다. 『주역』을 비롯한 공자의 저작을 그저 먼지가 수북이 쌓인 ‘고전’이 아니라 현대 사회가 직면한 경제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는 보물창고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캐리커처=임종철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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