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가 식상하다고? 직무 잘아는 사람은 선배뿐"

머니투데이 김은혜 기자 | 2015.07.29 10:24

소셜멘토링서비스 ‘잇다’ 조윤진 대표 인터뷰

/사진제공=잇다

“멘토가 식상하다구요? 직무역량이 대세인 시대, 현직 선배들의 직무 멘토링을 직접 받을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 취업 스킬은 없을 겁니다.”

최근 청년들은 사상 유래없는 청년실업 여파로 취업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미 취업준비생 숫자는 60만명을 넘어섰다. 온라인 소셜멘토링서비스 ‘잇다’의 조윤진 대표(32) 역시 한때 취준생의 입장에서 고민하던 청년이었다. 그래서 취준생의 고민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고 2012년 '잇다'를 설립했다.

대학친구인 전중기 부대표를 비롯해 현재 9명의 직원이 함께 하는 '잇다'는 대기업, 공기업, 외국기업, 벤처, 전문직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직장선배들과 취업을 원하는 청년을 연결, 직무에 실제 필요한 역량과 희로애락 등을 조언 해준다. 2012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이후 현재 양천구 함께일하는재단에 터를 잡고 본격 소셜벤처의 길을 걷고 있다.

-소셜멘토링‘잇다’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취업시장에도 양극화가 심각해요. 학점, 자격증, 토익점수, 어학연수, 봉사활동, 대외 수상경력, 인턴 경력 등 다양한 스펙을 쌓으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잖아요. 부모의 경제력과 인적 네트워크라는 2가지 때문에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청년들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했죠.”

한국기술교육대 재학시절 친구인 전중기 부대표와 불공정한 취업현실을 깨기 위해 뭔가를 해보자는 의기투합은 했지만 대학생 신분이었던 그들이 막상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졸업후 조대표는 반도체회사 해외영업, 전부대표는 식품회사 마케팅 분야에 각자 취업을 해서 1년에 1000만원씩 3년간 6000만원을 초기자금으로 모아서 창업을 하기로 했다.

-‘잇다’의 초기 사업모델은 어떤 것이었나?
“취업을 앞둔 청년들에게 가장 절실한 문제가 바로 학비나 생활비 같은 돈(자본)이죠. 이 자본 문제를 도와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해외의 성공사례를 찾다가 룸니(Lumni)라는 단체를 알게 됐어요. 콜롬비아, 칠레, 멕시코, 미국 등 104개국의 투자자들이 3000만불의 투자금을 모아 2300명의 학생을 지원하는 시스템인데, 이런 사업모델이 실제 운영되고 있다는 것에 영감을 얻었죠.”

인간의 잠재성을 놓고 투자하는 ‘인적자본투자’라는 개념은 국내에는 생소한 분야였다. 금융위나 금감원에 사업가능성을 타진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돈을 빌려주는 사업’ 즉 대부업으로 해석돼 법률개정이 필요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결국 청년들에게 ‘돈과 네트워크를 지원해주는 사업’ 중 ‘돈’을 빼고 '네트워크'만으로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것.

“룸니 모델이 수익률로 따지면 12~13%로, 예금 채권보다 높고 주식보다는 낮지만 상환률 97%에 이르는 안정적인 투자상품인데 국내에선 제도적 장벽에 가로막혀 실행할 수 없었고 여기에 1년이란 시간을 써버렸어요. 자금지원은 포기하고 네트워크만 가지고 가장 식상한(?) 멘토링이 시작됐죠.”

사회에 먼저 진출한 선배(형 누나)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나눔으로써 후배(동생)들 도와주는 소셜멘토링 서비스 ‘잇다’는 2013년 블로그부터 시작돼 2014년초 웹사이트로 발돋움했다. 7월현재 기준 465명 멘토(18개국), 멘티인원은 8000명에 달한다. 멘티는 회원가입을 통해 자기 정보를 입력하면 누구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철저히 멘토와 멘티 1:1 비공개 질문방식으로 이뤄진다.


-재능기부로 활동하는 멘토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카테고리별로 다양한 직군의 멘토들 중에는 SBS 김성준 앵커도 참여하고 있고 핀란드에 재직중인 보험계리사와 삼성본사 글로벌전략실에 근무하는 프랑스인도 있어요. 초기엔 제 친구나 선배 위주로 영입하다 보니 대리급들이 많은 편인데, 30~40대 차장 부장급까지 주타깃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IMF시절인 1997년이후 일자리가 000명에서 00명으로 줄어든 경험이 있기 때문에 지금 청년들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PC통신세대이다 보니 IT 디바이스 다루는데도 문제없는 편이죠. 물론 아코르 앰배서더 코리아 권대욱 대표님 같은 어르신들도 참여하고 계십니다.”

9명중 7명의'잇다' 멤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전중기 부대표, 신선미, 조윤진 대표, 임은혜 , 백성인, 박상민, 최상철씨 (시계방향). /사진제공=잇다

-멘토가 누리는 가치는 무엇인가?
“직업세계의 큰 트렌드를 놓고 봤을 때 이제 직장인도 삼성맨 현대맨 LG맨이 아닌 퍼스널 브랜딩이 중요해졌어요. 멘토 활동은 금전적인 혜택은 없지만 본인이 좋은 가치관을 가진 좋은 사회인이라는 브랜딩이 되는 거죠. SNS시대이다보니 좋은 가치는 빨리 확산되고 실제로 멘토 중에서 링크드인 볼룬티어난에 활동을 기록하기도 해요. 자신의 경력에도 도움이 되는 거죠.”

-취업관련 현업에 있으면서 느끼는 현재 취업시장의 문제점은?
“많은 취준생들이 대기업을 목표로 하고는 있는데 그 기준이 연봉이나 복지인 경우가 많아요. 정작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면서 무조건 SK, 삼성, 현대차에 가고싶어한다는 거죠. 공대는 좀 다르지만 인문 상경 사회 예체능계열 학생들의 경우 자신이 입사이후 해야할 직무를 미리 알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미스매칭 문제도 해소될 거라고 봅니다. 그러나 실제 그 기업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대부분 차단돼 있죠. ‘잇다’는 이런 정보의 비대칭성에 관심을 갖고 브릿지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 ‘잇다’가 스타트업으로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모델은 무엇인가?
“다른 취업포털처럼 B2B 대학사업으로 대학생 진로취업 교육프로그램 있는데, 취업스킬보다는 향후 직무설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기업이나 정부기관의 요청으로 맞춤형 멘토링 기획사업으로 ‘도시락데이’도 진행중이고, 온라인 멘토링서비스를 소셜 리쿠르팅으로 전환할 계획도 있습니다. 8~9월중 매월 한 직무를 선택해 멘토들을 모아서 멘토링하는'월간 멘토'도 추진중입니다. 또 하반기에는 300명이상 참가하는 캐주얼한 파티분위기의 오프라인 멘토 페스티벌도 구상중이구요."

-‘잇다’의 미래 비전은 무엇인가?
“저희 서비스만 해도 90개국 청년들이 접속하고 25개국 청년들이 이용하는 걸로 봐서 청년실업은 전세계적인 현상입니다. ‘잇다’는 전세계 모든 청년에게 최고의 맞춤형 채용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청년들은 과거와는 다른 문화 속에 살게 됩니다. 눈부신 경제성장을 겪은 부모세대의 경험칙은 더이상 자녀에게 적용되지 않습니다. ‘과연 직업에 대해 누구한테 물어볼 것인가?’라는 물음에 네이버 지식인도 답해주기 힘들 것입니다. ‘잇다’만의 고유한 서비스인 현직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멘토링만이 답을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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