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 금지 비웃는 강남 학원, 이번엔 '자유학기제 마케팅'

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 2015.07.29 05:01

"시험 걱정 없이 고등 수학 예습하세요" "보고서 작성까지 책임집니다" … 사교육은 진화 중

강남의 한 학원 강의실/사진=뉴스1
서울 서초구에 있는 수학전문 A학원은 지난 13일부터 자유학기제 시행 중학교의 1학년 학생만을 위한 강의 7개를 운영하고 있다. 각 강좌에서 다루는 내용은 중 2 응용과정부터 고등 수Ⅰ 개념과정까지 다양하다.

자유학기제 학생이 듣는 프로그램은 수강 기간이 짧은 게 특징이다. A학원의 경우 12월까지 진행되는 일반학생용 강의와 달리 9월말에 전 과정이 끝난다.

일반학생용 수업은 중간, 기말고사 기간에 각각 4주씩 휴강하지만 자유학기제 학교는 정기고사를 실시하지 않기 때문에 학기 중에도 쉬지 않고 수업이 진행된다. "겨울방학 전까지 선행 코스를 두 번 밟을 수 있어 효율적인 학습이 가능하다"는 게 학원 측 설명이다.

방학 특수를 노린 강남 일대 학원들이 자유학기제를 내걸고 학부모와 학생을 끌어모으고 있다. 자유학기제 시행 학교는 시험을 치르지 않기 때문에 한 학기동안 집중학습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교육당국이 선행학습금지법 등으로 사교육 단속에 나섰지만 오히려 학원들은 정책을 이용한 프로그램을 내놓으며 진화하는 모습이다.

28일 다수의 사교육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강남구를 중심으로 한 대부분 학원들은 방학 특강을 진행 중이다. 특히 자유학기제를 내세운 커리큘럼이 등장한 점이 최근의 새로운 트렌드다.

자유학기제를 시행하는 학교는 다양한 진로탐색 체험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대신 정기고사를 치르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학업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교육당국은 생각했다. 하지만 사교육업체는 이에 대한 역발상으로 '시험 걱정 없이 예습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내세워 학부모를 유치하고 있다.

자유학기제를 활용한 또 다른 사교육 중 하나는 특수목적고 지망생을 타겟으로, 활동보고서나 토론 등 비교과 활동에 대한 예비학습을 실시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수학 프랜차이즈 B학원은 이달 중순 자유학기제에 참여하는 중학교 1학년생 등을 대상으로 '특목고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여름방학에는 6회의 수업에 걸쳐 '전공적합성 소논문'을 작성하고 2학기 때는 소논문 활동 수업과 학교생활기록부 관리를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한 후 보고서를 작성하는 훈련도 반복한다.

강남에서 활동 중인 컨설턴트 C씨는 "특목고에 들어가려는 학생들은 자유학기제 진로체험활동을 통해 스펙을 쌓으려 할 것"이라며 "학교에서도 안 가르쳐주는 보고서 작성법이나 토론 기술을 학원에서 가르쳐준다고 하면 학부모 입장에선 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프로그램의 내실이 부족해 돈벌이에 급급하다는 데 있다. 경기도 분당 인근에서 중학생 컨설팅 업무를 보고있는 D씨는 "B학원에서 온 학생들이 쓴 소논문 몇 편을 읽어 보니 출처가 죄다 '네이버'"라며 "대학생이 써도 어려운 소논문을 학원에서 완성하겠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사태가 수차례 예견됐지만 교육당국은 대책 마련에 대해 손놓고 있는 상태다. 교육부는 자유학기제 시범시행이 2년째로 접어들었지만 관련 사교육 실태조사나 단속 등을 실시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일명 선행학습 금지법으로 불리는 교육부의 '공교육 정상화 촉진에 관한 법' 시행 역시 자유학기제 관련 선행학습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법 적용 대상이 학교에 국한돼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자유학기제 수업에서는 중간·기말고사 대신 과정중심평가를 꾸준히 실시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따로 고등과정을 공부할만큼 여유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시범학교가 늘어날수록 보고서 작성법 등을 학원에서 따로 배울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만큼 학부모와 학생도 사교육에 혹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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