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중금리 대출' 전쟁, 울고 웃는 금융권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김상희 기자, 이창명 기자 | 2015.07.28 05:30

우리·신한은행 '흥행 몰이', 출시 늦은 은행·저축은행들은 울상..부실 검증 안돼 부메랑 우려도

신용등급 5~6등급, 이른바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중금리 대출'이 금융권의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발빠르게 상품을 출시한 일부 은행이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반면 선수를 놓친 은행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고객을 뺏긴 서민금융기관들은 한숨만 내쉬고 있다.

하지만 은행의 중금리 취급이 '금리단층'을 완화할 것이라는 긍정적 효과와 별개로 부실의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먼저 깃발 꽂은 우리은행, 흥행몰이=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모바일 플랫폼인 위비뱅크 중금리 대출이 2개월 연속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출시 한달만에 100억원을 돌파하더니 이날 기준 약 5000여 건, 총 202억원이 나갔다. 대출한도가 10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무시못할 흥행이다.

신한은행이 지난달 12일 출시한 금리 5~7%대의 스피드업대출의 신청건수와 신청금액도 한달반 새 각각 3500건, 110억원을 넘어섰다.

중금리 대출은 '금리단층'을 해소하자는 차원에서 촉발된 상품이다. '금리단층'은 금융권의 신용대출 금리가 연 4~5%대의 은행권과 연 15~34.9%인 카드,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 2금융권으로 나눠지면서 10% 전후의 대출이 사라진 현상이다.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고객들이 곧바로 2금융권의 고금리 대출로 내몰리면서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중금리 대출 출시를 독려해 왔다.

◇중금리 열풍에 한숨짓는 금융사들= 우리은행의 흥행과 금융당국의 독려로 은행권에 중금리 대출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모두가 잘 나가는 것은 아니다.

우리은행과 유사한 모바일 중금리 대출 상품을 내놓으려던 기업은행은 아직 상품 출시 계획을 확정하지 못하는 등 속앓이를 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출시한 모바일 플랫폼 IBK원뱅크에 중금리대출 상품 탑재를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정하지 못했다.


저신용자 고객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한 은행이 자체적으로 중금리 대출을 선보이기에는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서울보증보험과 손잡고 이 같은 리스크를 해소했지만 기업은행은 해법을 찾지 못했다. 이달 초 6~10%대의 이지세이브론을 내놓은 하나은행도 아직 실적이 시원찮은 것으로 알려졌다.

10%대 신용대출 고객들이 은행권에 빼앗긴 대형 저축은행들도 한숨짓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은행과 저축은행이 금융시장에서 맡은 역할과 기능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중금리' 은행에 약될까, 독될까= 하지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중금리 대출의 필요성과 별개로 은행이 취급할 수 있는 상품이냐는 반론도 나온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금리단층 현상으로 인해 5,6등급의 중신용계층 1216만명이 금리 사각지대에 노출돼 있다. 그만큼 중금리 대출에 대한 수요는 충분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은행들이 중금리 대출자들의 신용도를 평가할 정보가 부족한 만큼 자칫 향후 부실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우리은행과 손잡은 서울보증보험이 다른 은행들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협약 대상을 넓히는데 주저하고 있는 것도 부실 가능성에 대해 검증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또 은행의 중금리 대출이 서민금융을 담당하는 2금융권의 입지를 갈수록 줄여나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리단층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은행이 중신용자 대출을 취급해야 한다"며 "최근 은행권의 중금리 대출은 소액 위주인데다 저축은행과의 연계영업 등을 통해 과거보다는 고객의 신용도를 판단할 데이터도 축적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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