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외제차 "부르는게 값" 알고보니…'횡령'이 관행

머니투데이 이재윤 기자 | 2015.07.30 05:10

수입 중고차 '고무줄 가격'…딜러들의 능력과 뒷돈 사이, 주머니털린 소비자들

외제차.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 사진 = 머니투데이DB
#자동차 딜러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모씨(47). 외제차 브랜드 공식 딜러로서 G사 중고차 부문 영업부장까지 오른 전씨는 몇 달 만에 수억원씩 벌어들이는 등 업계에서도 알아주는 '영업맨'이다.

하지만 전씨는 지난 20일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업무상횡령 등)로 쇠고랑을 차게 됐다. 10년가량 몸 담았던 회사에서 전씨와 대표 정모씨(55), 회계부장 김모씨(50)를 자동차 판매대금 수십억원을 가로챘다며 고소했기 때문이다.

G사는 전씨가 중고차 판매대금을 부하직원인 판매 사원 통장으로 받으면서 2009년 9월부터 5년간 726차례에 걸쳐 27억4500만원을 가로채 도박과 유흥비 등으로 사용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수입 중고차는 정해진 시세보다 높게 차량을 판매하면 추가 마진을 영업사원이 가져가는 게 오랜 관행인데, 회사가 이 부분에 대해 고소한 것. 전씨는 도박 등의 잘못은 인정하면서도, 오랜 관행을 '횡령'으로 본 회사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러나 경찰은 거래당사자인 법인 통장이 아닌 영업사원 등 개인통장으로 판매대금을 받은 점만으로도 '횡령죄가 성립된다'고 선을 그었다. 경찰은 전씨를 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대표 정씨와 김씨는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다.

◇영업능력과 뒷돈사이…수입 자동차 딜러의 추가수입
수입산 중고차 딜러 사이의 오랜 관행에 대해 경찰이 철퇴를 내렸다. 경찰은 판매 법인이 아닌 개인 계좌로 차량 대금을 받는 경우 모두 '위법'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딜러들이 '추가 마진'에 열을 올리면서 수입산 중고차 가격은 상황에 따라 제각각인 데다가, 결과적으로 소비자 주머니를 털어 딜러들이 수입을 챙기는 '음성적' 거래의 배경이 이 같은 구조에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성동경찰서 관계자는 "수입 중고차 시장의 수익 구조와 관련해 문제점이 지적된 적은 있지만 실체가 포착된 것은 처음"이라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중 업무상횡령에 해당 한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모든 중고 외제차 딜러들의 소득 활동을 '잠재적 위법'으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은 이 같은 관행이 척결돼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토로한다.


경찰 관계자는 "거래 당사자 등의 협조 없이 중고차 판매 과정에서 이뤄지는 자금 전달을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차를 넘겨받기 때문에 대다수 고객들이 특별히 이의를 제기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전씨의 사례가 경찰에 '덜미'를 잡힌 것은 G모터스 감사팀이 고소에 나섰기 때문이다. 해당업체는 경찰에 "중고차 업계의 만연해 있는 관행을 개선하고자 어쩔 수없이 고소를 결정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 중고차 업계 초 긴장…'횡령'이 관행
이번 사건으로 수입 중고차 업계는 초긴장 상태다. 향후 검찰과 법원의 판단이 남았지만 최종적으로 '위법' 판단이 내려질 경우, 언제든지 모든 딜러들이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전례'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오랜 관행에 가혹한 처벌을 내리는 것은 지나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수입 중고차 딜러는 "영업을 잘 해서 돈을 더 버는 부분을 불법이라고 하면 누가 딜러로 일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반면 소비자들은 수입 중고차 가격이 투명해질 수 있는 계기라며 오히려 반기는 표정이다. 신차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 폭이 큰 수입 중고차 시장에서 이른바 '고무줄가격'이 사라질 것이란 기대다.

한 수입 중고차 구매자는 "평소에도 중고차 값의 가격차이가 커서 의아했는데 탈법적인 추가 마진이 있는지 몰랐다"고 평가했다.

단속이나 적발이 어려운 만큼 수입 중고차 업계가 스스로 자율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대학 자동차학과 교수는 "오랜 관행을 바꾸기 위해선 대대적인 단속이 필요할 것"이라며 "다만 현실적인 어려움을 감안해 수입 중고차 업체나 딜러가 내규 등을 통해 스스로 이에 대한 규율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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