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잠자리'만 남기고 달아난 23조 '보금자리 꿈'

머니투데이 신현우 기자 | 2015.07.27 09:11

[부동산'후']광명·시흥 공공주택지구…금융위기후 사업추진 제동

@머니투데이 유정수 디자이너
2010년 이명박정부는 분당신도시(19.6㎢)와 맞먹는 초대형 수도권 공공주택지구(옛 보금자리지구)를 만들기 위해 광명·시흥 일부 지역을 3차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했다.

광명·시흥지구는 17.4㎢ 규모로 건립계획 가구수는 9만5000가구(보금자리주택 6만6000여가구)에 달했다. 총 사업비는 23조9000억원이었으며 당시 토지보상비만 9조원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경기 침체와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재무여건 악화로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사업 추진이 지체되자 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토지보상은커녕 사업이 전혀 추진되지 않아 주민들은 재산권 행사에 제한을 받았다. 정부 보상금을 기대해 토지를 담보로 대출을 받은 주민들은 막대한 금융부채에 시달렸다. 주민들은 ‘즉각적 사업착수’(보상)와 ‘사업 전면취소’(지구 해제) 중 하나를 요구했다.

정부는 2012년 당시 차질을 빚는 광명·시흥 보금자리주택지구의 사업 재개를 위해 사업방식부터 개발내용까지 전면 재검토에 나섰다. 광명·시흥지구의 지구계획을 변경해 주택건립 가구수를 주변 수요에 맞게 축소하고 자족기능을 갖춘 복합단지로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신도시급의 대규모 부지임을 고려해 단계적 개발로 전환하고 부지조성과 주택건설에 연기금과 민간사업자를 끌어들여 자금조달 활로를 모색한다는 게 당시 정부의 방침이었다.

이후 2013년말 국토부와 LH는 주민들이 “사업을 내년부터 전면착수하거나 전면취소해줄 것”을 요구해온 광명·시흥 보금자리주택지구에 대한 조정 대안을 제시하고 지자체와 주민 의견수렴을 거쳐 내년 상반기에 최종 방안을 확정키로 했다.

당시 국토부는 2가지 선택가능안을 내놨다. 첫번째 대상 지구의 대부분을 현재와 같이 보금자리사업으로 개발하되 사업시기만 2018년 이후부터 단계적으로 개발해나가는 것이다.

두번째 안은 공장부지를 포함, 보금자리지구를 약 2.64㎢로 대폭 축소하고 해제되는 나머지 지역은 개발제한구역으로 다시 지정해 더이상 개발사업을 추진하지 않거나 10년 범위에서 시가화조정구역으로 지정·관리, 개발수요에 따라 이를 해제·활용한다는 내용이었다.

경기 광명 가학동에 비닐하우스촌이 조성돼 있다. 이곳에 설치된 전봇대에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토지 상담 환영'이라는 내용의 전단이 붙어있다. /신현우 기자

하지만 결국 국토부는 지방자치단체·주민대책위원회 등과 여러 차례 의견을 조율한 끝에 전면취소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국토부는 지난해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광명·시흥 공공주택지구를 전면 해제하되 그전에 이 지역에 대한 관리대책을 강구하는 내용을 담은 ‘광명·시흥 공공주택지구 해제 및 관리대책’을 확정·발표했다. 지구지정은 해제하되 난개발을 막고 계획적인 발전을 유도하기 위해 해당 지역을 ‘특별관리지구’로 지정해 관리하는 것이다.

국토부는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고자 집단취락(마을) 지역을 우선적으로 공공주택지구에서 제외하되 주거환경정비사업을 할 경우 기존 취락지역 면적의 2~2.5배 정도를 추가로 배정해주기로 했다.


LH가 해당 마을의 취락정비사업을 지원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국토부는 그동안 주민들의 경제적 고통을 간접적으로 보상하는 차원에서 △소규모 산업단지 조성 △안산-가학 도로사업 △목감천 치수대책 △하수종말처리장 등 인프라시설을 지원키로 했다.

이후 국토부는 지난 4월 공공주택지구로는 처음으로 광명·시흥지구를 해제하고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고시했다. 특별관리지역은 개발제한구역 수준의 개발규제를 받지만 운영기간을 최대 10년으로 제한한다. 기간내 지자체나 민간이 취락정비사업 등 개발계획을 수립하면 특별관리지역에서 조기에 해제될 수 있다.

지정 당시 지목이 대(대지)거나 기존 건축물이 있는 곳은 단독주택, 근린생활시설만 건축이 가능하다. 도시개발법에 의한 취락정비사업, 영세공장 및 주변 정비를 위한 산단조성, 유통·물류단지, 기타 관리계획에 반영된 개발사업이 가능하다.

경기 광명 가학동에 '광명·시흥공공주택지구에서의 건축물 신축·개축 등을 제한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사진=신현우 기자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최근 “광명·시흥 특별관리지역 1736만7000㎡ 중 66만㎡에 판교테크노밸리와 같은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사업계획안을 국토부에 제출했으며 올 연말까지 국토부 특별관리지역 이용계획에 이 방안을 포함한다는 구상이다. 사업비는 총 9400억원으로 예상하며 국비 지원 없이 경기도시공사가 사업을 진행키로 했다.

경기도는 이곳에 IT(정보기술) 계열의 첨단 직종은 물론 지능형로봇 등 차세대 R&D(연구·개발)산업도 적극 유치키로 했다. 입주기업 종사자들을 위한 영화관과 쇼핑몰 등도 조성할 예정이다. 다만 주거용지는 만들지 않기로 했다. 경기도는 공사가 완료되면 900여개 업체가 들어설 것이라고 예상한다.

후보지는 두길·식골지구 등 27개 취락지구를 제외한 3곳 정도가 검토된다. 이중 기업 선호도와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내년 말까지 1곳을 결정하기로 했다. 후보지가 선정되면 늦어도 2020년 초에는 착공할 방침이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첨단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국토부에 협조를 요청해놓았다”며 “후보지는 압축했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내년까지 구체적인 입지 등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지에선 광명·시흥 특별관리지역 하단부를 유력지로 꼽는다. 학온동 G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취락지구 등을 고려할 경우 기존 공공주택지구 하단부에 첨단산업단지가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학온동 한 주민은 “그동안 보금자리주택사업만 믿고 기다리다 힘든 나날을 보냈다. 이번 소식도 반신반의한다”며 “또 기다리는 것보다 빨리 보상받고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라고 푸념했다.
경기 광명 가학동 소재 가학삼거리에 '불법 형질 변경 및 산림 훼손자는 고발은 물론 행정적, 형사적 처벌 등 가장 엄중한 행정처분을 받드시 해나갈 것입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신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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