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의 책통]베스트셀러에 편승한 제목 달기

머니투데이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 2015.07.25 03:01
올해 최고의 베스트셀러인 ‘미움받을 용기’(인플루엔셜)는 현재까지 45만부 가량 팔렸다. ‘메르스 사태’로 소비시장에 얼어붙은 중에도 대단한 성적을 내고 있다. 덕분에 아들러 전문가인 기시미 이치로가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철학자가 되어 그의 다른 저작물들까지 경쟁적으로 번역되어 출간되고 있다.

하지만 출간되는 책의 거의 모두가 제목에 일본어 원서 제목에는 없는 ‘용기’라는 단어를 넣고 있어 다소 불편한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기시미 이치로의 구간들을 번역해 출간하면서 ‘최신작’이라는 형용사를 붙이고 있어 과연 이렇게 해도 되는지 매우 우려가 된다.

‘아들러 심리학 실전입문 생로병사를 바라보는 법’은 ‘행복해질 용기’로, ‘잘 산다는 것 죽음에서부터 삶을 생각하다’는 ‘늙어갈 용기’로, ‘육아를 위한 심리학 입문’은 ‘엄마를 위한 미움받을 용기’로, ‘간호를 위한 심리학’은 ‘아버지를 위한 상처받을 용기’로, ‘아들러, 인생을 살아남는 심리학’은 ‘버텨내는 용기’로 제목이 바뀌었다.

“(책의) 실패 원인은 대부분 타이틀(제목)에 있다”고 단언하는 이카리 하루오는 ‘이 책은 백만부 팔린다’(정보공학)에서 “타이틀만으로도 베스트셀러가 된다”고 말한다. 그는 독자에게 첫인상으로 다가가는 것이 타이틀이므로 타이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도 했다.

즉 익숙한 내용, 잘된 제목, 익숙한 저자, 입소문을 쉽게 탈 만한 친근한 정보, 저렴한 정가, 익숙한 장정, 유명한 출판사, 편안한 짧은 길이, 밝은 느낌 등을 통해 독자에게 “아, 이 책은 바로 나를 위한 책이구나”하는 ‘친근함’을 던져줄 수 있는 책이어야 밀리언셀러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제목만으로 책 내용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으면 부제를 붙인다. 그러나 대부분의 독자는 부제까지 읽지 않는다. 그러니 편집자가 제목에 목숨을 거는 것은 사실이다.

일본의 여성지 ‘LEE’의 편집장인 에비하라 미도리가 ‘편집회의’ 2015년 봄호에서 이야기하고 있듯이 그동안 “제목은 ‘익숙한 단어’나 ‘상투적인 말’은 피하고 새로운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잡지 또는 출판업계의 상식처럼 여겨져” 왔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콘텐츠 과다 상태인 지금, 표지가 독자의 눈에 들어온 영점 몇 초 내에 직감적으로 어떤 내용일지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제목은 “한눈에 알기 쉽고 독자가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책 제목은 책의 콘셉트, 광고의 헤드카피, 핵심내용의 암시라는 3박자가 절묘하게 조화되어야 한다. 시류에 편승해 제목을 붙이는 것은 이런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그런 책이 잠깐은 팔릴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출판사의 이미지에 치명적인 상처를 안길 수 있다. 각 출판사가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참신한 제목 달기를 고민하기 바란다.

*<한기호의 책통>은 이번호로 연재를 마칩니다. 성원해주신 독자여러분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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