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무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이하 레미콘조합)은 20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레미콘조합이 국내 시멘트업계 4위 동양시멘트 인수전에 나선 배경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서 회장은 전국 871개의 레미콘업체를 회원사로 가진 레미콘조합이 동양시멘트를 인수하게 되면 레미콘업체와 시멘트업체가 진정한 상생관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레미콘업계는 시멘트업계와 시멘트 가격을 놓고 소모적인 싸움을 벌일 필요 없이 안정적으로 원자재를 조달할 수 있고, 시멘트업계는 과거의 불합리한 관행에서 벗어나 선진적인 유통구조를 재정립함으로써 산업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레미콘업체들은 시멘트업체들로부터 시멘트를 구입해 콘크리트(물+시멘트) 상태로 만든 뒤 건설사에 납품하는 사업형태를 갖고 있다. 시멘트업체와 건설사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 신세라는 자조적 말이 나오는 이유다.
서 회장은 "그동안 레미콘업체들은 시멘트업체들의 일방적인 가격인상 요구를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수용해왔다"며 "시멘트의 최대 수요처이면서도 '을'의 위치에 있는 레미콘업체들의 자화상"이라고 토로했다.
레미콘업계는 2014년 국내 시멘트 출하량 4370만톤 중 87%에 해당하는 3800만톤을 구매했다. 이 중 중소 레미콘업체들의 구매량 비중은 62%에 달한다. 레미콘업계가 시멘트업계에는 '큰 손님'인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이 둘의 관계는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서 회장은 레미콘협회가 동양시멘트를 인수하게 되면 국내 시멘트업계의 고질적 병폐인 '독과점 구조'를 해소함으로써 시멘트산업의 선진화를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시멘트시장은 동양시멘트를 포함한 7개사 주도하고 있다. 상위 7개사이자 이번 동양시멘트 인수전에 뛰어든 '한일-아세아시멘트' 컨소시엄이나 '라파즈한라시멘트'가 동양시멘트를 인수하면 상위 6개사 독과점 체제로 개편되는 변화만 있을 뿐이다. 반면, 레미콘조합이 인수하게 되면 시멘트업계의 독단적인 가격 운용 방침도 변화가 불가피하게 된다는 게 서 회장의 설명이다.
서 회장은 "동양시멘트를 인수한 레미콘조합 회원사들이 동양시멘트 제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해주면 현재 60~70%수준인 공장가동률을 90%까지 끌어올리는 것은 무론, 적자를 보면서까지 수출하는 시멘트 물량을 내수로 돌릴 수 있다"며 "가동률이 높아질수록 제품의 효율이 높아져 업체의 원가부담은 낮아지고 수익률은 높아지는 만큼 업체에도 이득"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동양시멘트를 향한 레미콘협회의 강한 인수의지와 당위성에 공감한 투자자들도 속속 생겨나면서 레미콘협회의 주머니도 꽤 두둑해진 상황이다. 서 회장은 "우리와 손잡자고 제안해오는 증권사들도 있고, 속속 투자금도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레미콘협회가 추산하는 동양시멘트의 매각 적정가격은 3700억~4500억원 정도. 회계법인 실사 등을 거쳐 추산한 금액이라는 게 서 회장의 설명이다. 이는 시장관계자들이 제시하는 6000억원~1조원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한편, 동양시멘트 매각 관련, 대상은 법정관리 중인 ㈜동양 보유 지분 54.96%와 동양인터내셔널 보유 지분 19.09% 등 총 74.05%다. 이 중 투자자들은 △동양 지분만 매입 △동양 지분+동양인터내셔널 지분 모두 매입 △동양 지분+동양인터내셜 지분 12% 매입 등 세 가지 인수구조 중 하나를 각각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과 매각주간사인 삼정회계법인은 오는 22일까지 본입찰제안서 접수를 마감하고 24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통보한 뒤 29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 다음달 3~14일까지 상세실사가 끝나면 28일 본계약(SPA)을 체결한다. 잔금 납입 및 거래종결일은 9월 25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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