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시장]사실혼 20년, 빈 손으로 나가야 하나?

머니투데이 조혜정 변호사 | 2015.07.20 05:09

[법과시장] 남편명의 재산 10억 청구방법은

조혜정 변호사 /사진제공=변호사 조혜정 법률사무소
얼마 전 찾아온 A할머니는 '20년 세월이 너무 억울하다'며 이야기를 꺼냈다. 올해 70세인 A할머니가 눈물을 흘리고 가슴을 쳐 가며 털어놓은 사연은 이렇다.

A할머니는 50세 때 자녀가 없는 B씨를 만나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20년 동안 부부로 살았다.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가족이나 친구, 이웃들은 모두 두 사람을 부부로 알았다. 두 사람은 명절이나 제사, 결혼식, 장례식 등 서로의 집안 행사에도 배우자로 참여했다. 동거 후 두 사람은 함께 장사를 시작해 10년 넘게 돈을 벌었다. 두 사람 모두 부지런한 성격인데다 돈을 벌겠다는 목표가 뚜렷해 장사에만 매진한 결과 거의 무일푼에서 시작한 두 사람은 10억원 넘는 재산을 모았다. 이 재산으로 B씨 명의로 집과 상가를 샀고 A할머니 명의의 재산은 없었다.

문제는 B씨가 뇌줄중으로 쓰러지며 불거졌다. B씨 수명이 얼마 남지 않자 시동생들이 A씨에게 '혼인신고를 안 했으니 상속권이 없다'며 빈손으로 나가라고 한 것이다. B씨는 선순위 상속인인 배우자(상속은 혼인신고를 한 법률상 배우자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A씨는 상속인 자격이 없다), 자녀, 부모가 모두 없어 동생들이 법적인 상속인이 되기 때문에 벌어진 문제였다. 시동생들이 재산에 욕심을 내며 A할머니는 20년 동안 함께 모은 재산에서 노후 자금을 못 받을 위기에 놓인 것이었다.

A할머니와 같은 경우 사실혼 남편인 B씨 명의로 된 재산을 받을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사실혼관계 종료로 인한 재산분할청구를 하는 방법이다. 우리 법원은 사실혼 관계가 끝났을 때 사실혼 기간 중 형성된 재산에 대한 분할청구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고, 사실혼 관계 당사자 중 한쪽이 의식불명이 된 상태에서 다른 당사자가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 A할머니 사례도 구제될 수 있는 것이다.


A할머니는 20년 동안 동거하며 함께 장사를 했고, 가족과 지인들 사이에서 부부로 인정받았던 점을 고려하면 사실혼 관계의 존재를 인정받는 것은 어렵지 않다. 같이 일해서 번 돈이기 때문에 B씨 이름으로 된 재산 2분의1 정도는 분할받을 수 있다. 이 경우 A할머니가 분할받는 재산 외에 B씨 명의 재산은 상속인인 동생들이 상속받게 된다. B씨 명의의 재산을 A할머니와 B씨의 동생들이 나눠 갖는 셈이다.

둘째는 A할머니가 혼인신고를 해서 B씨의 상속인으로 인정받는 방법이다. 원칙적으로 혼인신고는 양 당사자의 합치로 해야 한다. 그러나 사실혼 관계의 한쪽 당사자가 혼인신고를 한 경우에는 다른 한쪽이 혼인의사를 명백하게 철회하거나 사실혼 관계를 해소하기로 합의하지 않는 한 혼인신고가 유효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례다. 따라서 A할머니가 단독으로 혼인신고를 해도 유효하다고 인정받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만 이 방법은 시동생들과 분쟁을 각오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혼인신고를 해서 법적인 배우자로 인정되면 A할머니가 B씨의 단독 상속인으로서 B씨 명의 재산을 전부 상속하고, B씨의 동생들은 상속을 받을 수 없게 된다. B씨 동생들이 이 같은 결과에 반발해 A할머니가 단독으로 한 혼인신고가 무효라고 소송을 내면 상당 기간 법적인 분쟁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이혼율 증가와 평균 수명 연장 등의 이유로 장년층과 노년층이 혼인신고 없이 장기간 동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 배우자에 대한 재산분할과 상속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A할머니 사례를 보면 혼인신고를 안 해도 재산문제를 다 피할 수 없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일정한 나이가 되면 애정은 공짜가 아닌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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