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은 17일 오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제일모직과 합병계약서 승인의 건을 통과시켰다. 이날 주총에서는 삼성물산과 합병비율의 불공정성 등을 들어 합병을 반대하는 엘리엇 간 의결권 대결이 벌어졌다.
삼성 지배구조 단순화의 '키'를 쥔 이번 합병건은 참석 주주 중 69.53%가 찬성표를 던졌다. 합병안과 같은 특별 결의안건은 주주총회 참석 주주의 2/3, 전체 주주의 1/3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통과를 위해서는 참석 주주의 66.67% 이상이 찬성해야하는데 이를 2.86%포인트 넘긴 것이다.
이날 임시주주총회 참석률은 84.73%로 당초 예상보다 높았다. 주총에는 의결권 위임 등 대리출석을 포함해 553명의 주주가 참석했다. 삼성물산의 전체 주주는 11만263명, 주식은 보통주 1억5621만7764주, 우선주 464만8653주 등이다.
이날 같은 시간 열린 제일모직 주총이 모든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고 18분 만에 끝난 반면, 삼성물산 주총은 주주 토론 및 의결권 행사, 집계, 검표 등을 거치며 4시간 이상 소요돼 대조된 모습이었다.
당초 1%포인트 내외 박빙의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승부를 가른 것은 전체 지분의 24.43%를 쥔 소액주주들의 선택이었다. KCC를 포함해 삼성측 우호지분 19.78%와 일부를 제외한 국내기관 지분을 합치면 약 40% 수준.
이번 주총에서 엘리엇 측을 지지한 의결권 자문회사 ISS 등의 권고로 외국인 상당수가 합병안에 반대표를 던졌을 것을 감안하면, 반대로 소액주주의 2/3 이상이 삼성의 합병안에 찬성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주총장에서도 이같은 분위기는 감지됐다. 다수의 소액주주들은 발언을 통해 (합병비율 등) 일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들이 있지만, 합병 후 미래가치 및 국익, 대승적인 측면 등을 감안해 합병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합병안 통과 직후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은 주총장에 마련된 기자실을 찾아 "지지해 준 주주와 (합병을) 반대해 준 주주들께 감사하고 (지적한 부분을) 고쳐서 더 잘 되도록 하겠다"며 "주주들을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각오를 보였다. 아울러 "주주들께 연락하기 위해 덥고 비올 때 찾아가며 고생한 임직원께 감사하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한편 이날 임시주총 결과에 대해 엘리엇은 "수많은 독립주주들의 희망에도 불구하고 합병안이 승인된 것으로 보여져 실망스럽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엘리엇 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넥서스의 최영익 대표변호사는 주총 직후 "의뢰인과 더 이야기를 해 봐야 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번 주총에서 엘리엇의 주주제안으로 상정된 현물배당 정관 개정과 중간배당 결의 정관 개정 등의 2개 안건은 참석자의 2/3의 찬성표를 얻지 못해 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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