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가 늙었다…로봇도 '안티에이징' 할 날이 올까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 2015.07.18 08:35

[팝콘사이언스-84회]인공피부 개발의 현주소…촉각은 물론 재생·후각 기능도 지원

편집자주 | 영화나 TV 속에는 숨겨진 과학원리가 많다. 제작 자체에 디지털 기술이 활용되는 것은 물론 스토리 전개에도 과학이 뒷받침돼야한다. 한번쯤은 '저 기술이 진짜 가능해'라는 질문을 해본 경험이 있을터. 영화·TV속 과학기술은 현실에서 실제 적용될 수 있는 것일까. 상용화는 돼있나. 영화·TV에 숨어있는 과학이야기. 국내외 과학기술 관련 연구동향과 시사점을 함께 확인해보자.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의 한 장면/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터미네이터 5번째 시리즈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이하 터미네이터5)', 백발에 주름진 얼굴을 한 터미네이터(모델명: T-800) 외모만 보면 앞으로 '아 윌 비 백(I'll be back)'이라고 말하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늙었지만 쓸모는 있다"는 대사를 측은할 정도로 몇 번씩 내뱉는다.

이 작품에서 배우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열연하는 T-800은 1984년 관객들을 소름 돋게 한 이미지를 찾아볼 수 없다. 추격전, 총격신 등을 연출하지만 관객 눈엔 그저 '착한' 터미네이터로만 각인 된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의 한 장면/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설정·대사·캐릭터 '재탕 삼탕'

3편인 '터미네이터3-라이즈 오브 더 머신'(2003년)과 4편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2009년)에서 보여줬던 카리스마는 실종된 채 온화한 인품이 더 많이 배어 나온다. 로봇치곤 너무 인간에 가까워 어색하다. 관객들 반응은 당연히 차갑다. 영화는 속편을 암시하며 마무리 된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터미네이터가 다시 돌아올 이유가 없다.

'터미네이터5'는 대사와 설정 또한 모두 반복된다. △존 코너가 이끄는 저항군과 로봇군단 스카이넷의 미래 전쟁 △ 존 코너가 터미네이터로부터 어머니 사라 코너(에밀리아 클라크)를 보호하기 위해, 부하이자 아버지인 카일 리스(제이 코트니)를 1984년에 보내는 과거 전쟁 △2017년을 배경으로 한 현 시점의 전쟁을 동시에 그린다. 이 같은 타임 라인이 뒤죽박죽 돼 있다.

게다가 시리즈에 등장한 모든 터미네이터가 총동원된다. 익숙한 캐릭터를 새 시리즈에서 재활용한 것. 극중에서 신체를 자유롭게 변화시키는 T-1000, 인공지능 '스카이넷' 등은 색다름을 주지 못한다. 이 같은 익숙함에 영화는 전반적으로 지루하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의 한 장면, 로봇 팔의 인공피부가 외부 충격에 의해 훼손되는 장면/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더 민감해진 인공피부


다만, 새로운 점을 꼽으라면 '로봇이 늙었다'는 설정이다. 인공피부가 세월이 지나면서 노화되는 설정은 '인간형 로봇' 개발자들에게 새로운 연구 방향을 제시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렇다면 현재 인공피부 개발은 어느 지점에 와 있을까.

우선 스탠퍼드대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이 공동개발한 인공피부는 펜을 집거나 컴퓨터 자판을 치는 정도의 일상적인 압력을 감지할 수 있다.

기존 인공 피부는 감지 가능 한계가 수십 킬로파스칼(kPa, 압력센서 민감도) 이상이었고, 수직방향의 압력만을 감지할 수 있었다.


때문에 물체를 피부에 놓았을 때 그것이 계속 그 자리에 있는지를 파악하기 힘들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한 인공피부를 공동연구팀이 만들었다. 연구팀은 "검정파리나 나비가 내려 앉는 것도 모두 느낄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김대형 교수팀이 개발한 인공피부. 최대 50%까지 늘어난다/사진=서울대
김대형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팀은 온도와 압력, 습도까지 느낄 수 있는 인공피부를 개발했다.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이 우수한 실리콘 고무에 압력·온도·습도센서와 소재가 늘어나는 정도를 감지하는 변형률센서를 달아 사람의 피부가 느끼는 모든 감각을 느끼도록 했다.

이에 대해 기술 전문지 테크놀로지 리뷰는 "지금까지 개발된 인공피부 중 가장 민감하다"고 평했다.

◇상처나면 아물고 냄새도 맡아

상처를 입었을 때 사람처럼 색깔이 변하고 스스로 재생도 가능한 인공피부도 개발됐다. 미국 서던미시시피대학의 마렉 어번 교수팀은 내부에 '분자 연결고리'를 지닌 신소재 플라스틱 물질을 개발해 몇 번이고 되살아나는 '자가치유 인공피부'를 만들었다.

이 물질에 강한 자극을 주게 되면 연결고리가 끊어져 성분에 변화가 일어난다. 이때 빛을 쬐거나 온도를 높이거나 낮추는 등의 자극을 주면 스스로 재생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어번 교수는 "동물과 식물 등 생물체 지니고 있는 자가치유 능력을 화학적으로 구현한 것"이라며 "인간과 유사한 로봇이 현실에 등장할 날이 머지 않았다"고 말했다.

냄새를 감지하는 인공피부도 있다. 유해 물질이 뿜어내는 냄새에 반응하도록 개발된 것이다. 김도환 숭실대 공과대학 교수는 "물체가 전기를 저장하는 것을 '전기용량'이라고 부르는 데 유해가스가 있을 경우 전기 용량에 차이가 나기 때문에 냄새 종류까지 구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냄새 맡는 인공 피부를 활용해 땀에서 나오는 산성 농도를 측정하면 건강 상태도 면밀히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인공피부는 향후 재난안전 로봇 등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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