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사건' 파기환송 바라보는 검찰 속내 복잡

뉴스1 제공  | 2015.07.16 17:55

대선개입 인정될 경우 선거법 적용 반대했던 황교안 총리 치명타
트윗글 27만건중 11만건 증거로 인정…고법 최종 판결만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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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전 국정원장./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원세훈(64) 전 국정원장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던 2심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됐다. 그렇다고 원 전원장이 풀려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법원이 2013년 검찰 조직을 통째로 흔든 원 전원장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판단을 보류하고 사건을 돌려보내자 이를 바라보는 검찰의 속내는 복잡할 수 밖에 없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16일 국가정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 전원장에게 대법관 전원 만장일치로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국정원 직원 김모씨의 컴퓨터에서 발견된 시큐리티 파일 등이 국정원 심리전단의 업무 목적으로만 작성된 것으로 보기 어려워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국정원 심리전단의 사이버 활동의 범위를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이 제출한 증거에 대해 일부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대법이 사건을 고법으로 돌려보냈지만 검찰은 사실상 나머지 증거에 대해서는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했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판결 후 "대법원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한 것은 전체 27만건의 트윗글 중 16만건일 뿐 나머지 11만건은 증거로 인정된다는 것"이라며 "11만건도 증거능력 인정이 안됐다면 대법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했을텐데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증거능력 인정 안된 16만건은 귀속이 돼 하급심이 다른 판결을 내리지 못하지만 11만건으로 고법에서 선거법 위반을 판단한다면 유죄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11만건에 대해 고법이 어떻게 판결을 내릴지 지켜봐야 할 문제다"고 덧붙였다.

기소에서 이날 대법원의 판결이 나기까지 전 과정에서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현 국무총리)과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간 갈등이 불거지고 윤석열 당시 특별수사팀장의 항명사건이 발생하는 등 적잖은 내홍을 겪은 검찰로서는 또다시 고법의 판결이 날때까지 지난한 기다림의 과정을 반복하게 됐다.

검찰의 최종 목표는 유죄를 받아내는 것이지만 이 사건의 경우 대선개입이 인정될 경우 당시 선거법위반 혐의 적용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던 황교안 국무총리(당시 법무부 장관)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 있어 검찰로서도 난감한 상황이다.

정점식 대검 공안부장은 판결 후 "1심에서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았던 것이 항소심에서는 인정돼 유죄가 나왔지만 대법원은 다시 원칙으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며 "항소심에서 다시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황교안 국무총리(왼쪽), 채동욱 전 검찰총장(오른쪽)./뉴스1 © News1
앞서 국정원 대선 개입사건은 2012년 대선을 앞둔 12월11일 강기정·문병호 등 당시 민주당 의원 11명이 국정원의 댓글 공작 관련 제보를 받고 서울 역삼동 소재 국정원 직원 김모(30·여)씨의 오피스텔을 급습하면서 시작됐다.

민주당은 원세훈 전 원장을 국내정치 관여 및 직권남용 혐의(국정원법 위반 등)로 경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 받은 뒤 2013년 4월 윤석열 당시 여주지청장(현 대구고검 검사)을 특별수사팀장으로 하는 수사팀을 꾸리고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특별수사팀은 원 전원장과 국정원 전직 직원들을 소환조사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 사상 두번째로 국정원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그해 6월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원 전원장(공직선거법 및 국가정보원법 위반)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공직선거법 위반 및 경찰공무원법·직권남용 혐의)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과정에서 원 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을 놓고 법무부와 갈등을 빚었다.

특별수사팀은 원 전원장에 대해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모두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대검에 보고했지만 법무부는 정치적 후폭풍 등을 고려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에 반대했다.

특별수사팀과 법무부의 갈등은 당시 특수통 출신의 채 총장과 공안통 황 장관의 대립으로 확산됐다.

황 장관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에 반대하며 영장청구를 일주일째 막았음에도 불구하고 대검은 수사팀 의견을 내세워 원 전원장에 대해 공직선거법 적용 및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고수했다.

공교롭게도 채 총장은 수사결과 발표 3개월 뒤 '혼외 아들' 의혹이 불거지면서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또 윤석열 팀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윗선의 수사외압 의혹'을 폭로한 대가로 수사팀에서 배제된 뒤 문책성 전보발령이 났다.

수사 외압 논란이 불거진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56·사법연수원 16기)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대검 감찰결과 발표 직후 사의를 표명하며 검찰 조직이 또 한차례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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