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 A소령 간첩죄 적용 불가?…법개정안 국회서 '낮잠'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 2015.07.16 06:02

[the300]간첩죄 적용대상 '적'→'외국' 개정 논의 활발…형법 개정안 2건 계류 중

/사진=뉴스1
최근 중국인에게 군사기밀을 유출한 국군기무사령부 소속 해군 A소령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못하는 것과 관련, 법개정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국회엔 관련 법 개정안이 2건 발의됐으나 논의 시작조차 하지 않아 '뒷북' 대응이란 비판이 나온다.

군 검찰은 지난 10일 A소령을 군사기밀보호법 및 군형법 위반(기밀누설)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A소령은 2013년 6월부터 지난 2월까지 해군 함정과 관련된 3급 군사비밀 1건과 군사자료 26건 등 총 27건을 수차례에 걸쳐 중국인 남성에게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A소령은 같은 기무부대에서 근무하던 모 대위에게 부탁해 군사비밀을 넘겨받고 이를 손으로 옮겨 쓴 다음 이를 사진으로 찍고 SD카드에 저장하는 식으로 비밀을 유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A소령은 특히 군사자료를 넘기는 과정에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과 서로 표식을 활용해 접선하는 등 첩보작전을 방불케 하는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A소령의 범행 동기가 분명치 않고 중국인으로부터 받은 대가가 적은 점, 중국인의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점 등의 이유로 '간첩사건'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간첩죄 적용이 어려운 실정이다. 현행법상 '적'을 위해 행동한 경우에만 간접죄를 적용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유명상 국방부 검찰단장은 10일 중간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지금까지 수사한 바로는 북한과 관련된 부분이 확인 안 된다"며 "간첩 혐의는 군형법 13조와 형법 98조에 따라 적을 위해 간첩행위를 한 경우만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적뿐 아니라 외국에 간첩행위를 한 경우에도 간첩죄를 적용하자는 내용의 의원입법안이 발의됐지만 현행법률상 적은 북한이고 중국은 적에 해당되지 않아 간첩죄 적용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군 검찰이 중국인의 신원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A소령에게 간첩죄가 아닌 군사기밀보호법 및 군형법 위반 혐의만 적용한 것이 타당한지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한민구 국방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14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현안보고에서 유승민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는 "대한민국의 기무사가 두 달 정도 월급(800여만원)에 해당하는 돈을 받고 자기 생명을 내놓고 이런 일을 벌이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됩니까"라며 "자료를 받은 중국인이 어떤 사람인지, 적과 관계가 있는지 없는지 신원도 파악하지 않고 이 혐의를 적용하는 게 맞나"라고 비판했다.

백군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미국에서는 혈맹국에 자료를 넘긴 로버트 김도 간첩죄 적용을 받았는데 우리는 적이라는 하나에 매몰돼있다. 직접적인 적이 있고 잠재적인 적이 있기 때문에 포괄해석이 어렵다면 법안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법 개정을 추진할 의사가 있느냐는 백 의원의 질문에 "있다"고 답했다.


현재 국회엔 관련 법 개정안이 2건 계류돼있다. 홍익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이 2012년과 2013년 각각 대표발의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모두 간첩죄의 적용대상을 '적국'에 한정하지 않고 '외국' 또는 '외국인 단체'로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 의원의 법안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의 검토보고서는 "현행 형법 제98조 간첩에 관한 죄는 형법 제정(1953.9.18.) 이후 국제적 정세 변화에도 불구하고 60여 년간 법문언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적국의 개념은 선전포고 또는 교전상태를 전제로 하는 개념으로서, 국제 정세와 안보환경이 변화된 현재에 다양한 위협 요인으로부터 국가의 안전을 보다 철저히 보장하기 위해서는 간첩죄의 상대방을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2건의 법안은 모두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법안심사제1소위에 회부한 이후 논의가 진행되지 않은 상태다.


홍익표 의원실 관계자는 "전혀 논의가 없는 게 맞다"며 "형법은 기초 법이라는 인식이 강해서인지 타당성을 떠나 형법 개정안은 법사위 의원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편"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18대 국회에서도 송민순 민주당 전 의원과 이은재 새누리당 전 의원이 각각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으나 한 번도 논의되지 않은 채 임기만료 폐기됐다.


이번 일을 계기로 형법 개정이 추진돼 일찍이 예견된 간첩죄 적용 한계가 극복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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