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대기업·부자에 혜택" 日 야당 정계개편 잰걸음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 2015.07.15 05:53

[리스타트 코리아 '위기'에서 배운다-현장에서 본 아베노믹스] ]일본 정계개편 초읽기





일본 현지에서 '아베노믹스' 성과에 대한 평가는 온도차가 확연하다.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 지방보다는 대도시, 서민보다는 부자에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거의 없다.

정치권도 이같은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때문에 자민당은 '아베노믹스' 3단계에 대해서는 '지방이 성장이 주역이다' 등의 구호로 이 같은 일본 내 불만을 해소하고자 하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의 시각은 보다 비판적이다. '아베노믹스'는 일본 은행들의 국채 매입과 주식시장 부양 등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일 뿐 실물경제는 여전히 나아지는 면이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 엔저(円低) 정책으로 물가상승이 초래됐지만 임금상승은 이에 비해 낮은 편으로 중산층 이하 국민들의 생활은 오히려 어려워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민주당이 집권했을 당시 정부각료를 지낸 나가시마 아키히사 민주당 중의원은 "민주당이 동일본대지진 수습에 실패하면서 국가 전체가 매우 암울한 분위기 속에 지체돼 있다가 자민당 정권이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바뀐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나가시마 중의원은 "그러나 아베노믹스의 성과로 꼽히는 주가 상승의 경우 이미 2012년 여름부터 엔저에 따른 효과가 나타나고 있었다"며 "민주당 정권이 이어졌더라도 주가는 당연히 상승했을 것"이라며 아베노믹스의 정책효과를 부정했다.

일본 내에서도 아베노믹스에 대한 민주당의 이 같은 비판에 공감하는 여론이 적지 않다. 문제는 일본 정치권 내에서 이를 대변해줄 수 있는 야당 세력이 턱없이 미약하다는 것이다.

현재 일본 중의원에서 야당 의석수는 자유민주당(291석)과 공명당(35석) 연합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제1야당인 민주당 의석수가 73석에 불과하고 유신당이 41석, 공산당이 21석으로 '빅3'를 형성하고 있다. 그밖에 차세대당과 사민당, 생활의당이 각각 2석씩이다.

그래도 민주당과 유신당이 합당하면 의석수 110석이 넘는 제1야당이 탄생하는 셈이다.

일본 민주당 내에서 신당 창당 중심에 선 인물은 호소노 고시 전 간사장이다. 호소노 전 간사장은 민주당 집권 당시 2011년 총리 보좌관을 역임한 바 있으며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수습 과정에서 눈에 띄는 활동으로 '차세대 총리'로 부상했다.

그는 민주당 재건을 외치는 오카다 가츠야 민주당 대표와 달리 야권재편 필요성을 끊임없이 거론해왔다. 극우에 가까운 유신당과의 합당도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당 대표 선거에서 오카다 대표에게 패한 후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 합당에서 민주당 바깥에서의 신당 창당에 보다 무게를 두고 있다.


민주당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의석수를 가진 야당인 유신회가 최근 당 대표에 마츠노 요리히사 간사장을 선출한 것도 야당발 정계개편에 청신호가 되고 있다. 마츠노 대표는 민주당 출신으로 야당 개편의 필요성을 평소 강력 주장해오던 인물이다. 또한 극우 성향의 당 색깔에 비춰봤을 때 헌법 개정 등에서 자민당의 우군으로 여겨졌으나 마츠노 대표가 민주당 출신 인사들을 중심으로 야당색을 강화하고 있다.

야당이 이른바 야권통합을 통한 신당 창당을 모색하는 데는 선거 제도 영향이 크다. 일본은 지난 1996년 중대선거구제를 폐지하고 소선거구제로 전환했다. 한 선거구에서 2~3명의 의원을 뽑는 중대선거구제에 비해 1명의 의원을 뽑는 소선거구제에서 유권자들의 의사를 보다 합리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는 데에 대다수의 일본 정치인들이 동의한다.

일본 민주당 의원들의 경우 특히 소선거구제 하에서 정권교체가 가능하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류 히로후미 민주당 중의원은 "중대선거구제 시대에서는 기본적으로 자민당이 여당으로 고정돼 자민당 55년체제가 지속됐다"며 "소선거구제로 변하면서 정권교체가 이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소선거구제에서 다당제는 야권분열로 인해 오히려 여당의 장기집권을 공고화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내 정계개편론자들은 자민당에 필적할 만한 거대 야당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야권 통합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실상 양당 체제가 굳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비판적 시각으로 중대선거구제 전환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우리나라와는 다른 흐름이다.

나가시마 아키히사 민주당 중의원은 "일본의 경우 제도를 바꿔서 정계개편을 하거나 정권교체의 가능성을 높이자는 의견은 거의 없다"며 "제도는 지금 이대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소선거구제가 야당 정치인에게도 충분할 수 있는 또다른 이유는 비례대표제에 있다. 일본은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가 비례대표에도 후보로 등록할 수 있다. 따라서 당내에 유력 파벌의 유력 정치인의 경우에는 지역구에서 낙선하더라도 비례대표로 의회에 들어올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소선거구제에서 유권자들의 표가 여당과 제1야당에 집중되는 구도라면 제1야당의 정치인들은 낙선의 위험이 그만큼 적어지는 것이다.

야당발 정계개편을 주장하는 이면에는 정권교체와 함께 야당으로서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기득권을 노리는 의도가 숨어있는 셈이다.

시노하라 후미야 일본 정치해설가는 "유권자들에게 민주당이란 간판이 야당으로 신뢰도를 잃다보니 민주당 의원들이 새로운 간판을 필요로 하게 된 것"이라며 "정권교체가 가능한 새로운 정치세력이 될 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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