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번 국립국어원의 발표에 쏟아지는 관심들. '맞춤법에 이렇게 관심이 많았나' 신기하기도 하고 또 정신이 번쩍 들기도 한다.
'너무 좋아요'가 넘치는 세상에서 '매우 좋아요' '정말 좋아요'로 고쳐 써야 맞다고 하는 건 '2% 부족한 맛'이었다고나 할까. 일단 국립국어원의 결정에 찬성이다. 이와 더불어 국립국어원은 '이쁘다' '니가'도 표준어로 등재하는 것을 고민 중이란다. 현실과 괴리된 부분을 수용하겠다는 의미다. '예쁘다' '네가'라고 안 써도 된다니…. 저 깊숙이 꽉 막혀 있던 체증이 단박에 뚫리는 기분! 두팔 벌려 찬성이다. 그런데 '가격이 착하다' '몸매가 착하다'처럼 유행어로 쓰이는 '착하다'까지 표준어로 고민해보겠단다. 좀 성급한 느낌, 뭔가 불편하다.
다른 말은 괜찮은데 유독 ‘착하다’에만 왜 민감하냐고 지적할 수 있겠다. 먼저 ‘가격이 착하다’를 보자. 보통 물건 가격이 쌀 때 착하다는 표현을 쓰는데 그럼 가격이 낮은 것은 좋은 상품이고, 가격이 높으면 나쁜 상품인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렇다면 ‘몸매가 착하다’는? 뚱뚱하지도, 마르지도 않은 멋진 몸매이니 여러 사람에게 추천할 만한 사람이라는 가치판단을 내포하게 되지 않을까. 이는 몸매가 나쁘다 즉, 뚱뚱한 건 나쁘다는 가치판단을 정당하게 만들 수 있다.
‘착하다’의 사전적 뜻을 보면 ‘언행이나 마음씨가 곱고 바르며 상냥하다’는 의미다. 표준어를 정할 때 시대 변화에 맞게 사람들이 많이 쓰는 말을 유연하게 반영한다는 국립국어원의 취지는 십분 이해하지만, 이러한 도덕적·윤리적 가치를 전혀 상관없는 것들과 일부러 연결지어 생각하는 게 올바른 것은 아니지 않나. 유명 광고에 휘둘린 느낌, 어쩔 수 없다.
국립국어원도 나름 입장이 있다. 일단 '착하다'를 검토 대상에 넣은 건 몸매 얘기가 아니라 '가격이 착하다'라는 표현이기 때문에 확대 해석했다는 느낌일 것이다. 또 당장 넣겠다는 것도 아니고 검토해보겠다는 정도인데 좀 억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착하다'가 국립국어원의 취지대로 일상생활에서 자주 써서 어쩔 수 없이 의미가 굳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너무, 이쁘다, 니가'와는 차원이 다르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유행어에 지나지 않는데, 당장 저런 용어를 표준어로 지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는 생각이다. '너무'엔 무디지만 '착하다'엔 날이 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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