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외에 뚜렷한 대권주자가 없는 여권에서 개혁적 중도 성향 포지션을 확고히 선점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지난 8일 사퇴한 다음날인 9일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날 하루동안 조사한 '여권 부문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결과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유 전 원내대표의 지지율이 16.8%로 껑충 뛰어올라 김무성 대표(19.1%)를 바싹 뒤쫓은 것을 두고 이번 사태에 대한 민심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24일 조사에서 유 전 원내대표의 지지율은 5.4%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원내대표가 국회법 개정안 논란에서 원내대표 사퇴까지 정국의 한가운데에 위치하면서 일반 국민들에게 인지도가 높아진 효과가 반영됐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박 대통령이 직접 유 전 원내대표를 공격하는 듯한 대결구도가 만들어지면서 야권 지지층의 선호가 들어가있는 부분도 있다. 유 전 원내대표의 높아진 지지율이 특정 이벤트에 따른 일시적인 것일 가능성이 커 지속될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말이다.
이상일 아젠다센터 대표는 "대권 레이스가 시작된 것도 아니고 이번 사태가 잠잠해지면 장기적으로 가기는 힘들 것"이라며 "상황에 따라 다시 이 수준의 지지율로 뛰어오를 수 있는 잠룡 상태가 된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중도 성향의 지지층을 흡수할 수 있는 개혁 포지션 후보가 마땅찮은 여권에서 유 전 원내대표가 차기 대권주자로 치고 나갈 수 있는 여건을 갖추게 된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이번 사태에서 여권의 가장 강력한 대권주자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굴복하는 모습을 보여 새로운 인물을 갈구하는 보수층에서 유 전 원내대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야권에서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비롯해 박원순 서울시장,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 차기 대권주자군이 비교적 두터운 데 비해 여권은 김 대표가 문재인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는 있으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다른 잠재적 후보들의 존재감이 미미한 편이다.
더구나 김 대표와 김문수 전 지사 등은 전통적 보수층을 기반으로 해 수도권·40~50대·중도 성향 유권자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따라 오 전 시장을 이 같은 포지션으로 내세워 차기 대선까지 김 대표와 양축으로 끌고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경선과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통해 경제민주화와 복지, 사회적경제 등 중도개혁적 메시지로 여론의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사퇴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 독주에 맞서는 민주주의란 화두까지 던지면서 여권 내 개혁포지션을 점유하는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지적된다.
새누리당 사정에 정통한 한 당 관계자는 "유 전 원내대표를 둘러싼 이번 사태는 불안불안한 김무성 독주 체제를 종식시키고 새누리당이 차기 대선에서 전통적 보수층을 기반한 김무성과 중원 지역 공략이 가능한 유승민 '투트랙'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전 원내대표에 우호적인 한 새누리당 의원은 "단순히 인지도 상승에 따라 지지율이 일시적으로 뛸 수도 있지만 그 자체로 유 전 원내대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계속 환기되는 효과를 낳으면서 후속 조사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유 전 원내대표가 이 시기 동안 어떤 행보를 보일 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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