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된 나날을 살아가시는 국민 여러분께 저희 새누리당이 희망을 드리지 못하고, 저의 거취 문제를 둘러싼 혼란으로 큰 실망을 드린 점은 누구보다 저의 책임이 큽니다"(7월8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사퇴 기자회견)
"대통령께서 국정을 헌신적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 노력하고 계시는데 여당으로서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한 데 대해 송구한 마음 금할 길이 없습니다"(6월 26일. 유 원내대표 '새누리당 정책자문위원 위촉장 수여식'에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8일 발표한 사퇴문에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사과가 빠졌다. 대신 유 원내대표는 국민과 당원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지난달 25일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자 90도로 허리 굽혔던 사과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사과가 빠진 이유에 대해 유 원내대표 측근인 한 의원은 "지난번에 이미 대통령에게 사과드렸고, 이번에는 국민과 당원들에 대해 사과한 것이다. (대통령이 빠진 이유는) 대국민 메시지여서 그렇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유 원내대표가 굳이 박 대통령에게 사과할 이유가 사라졌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 달 사과 때만 해도, 당 의원총회에서 사실상 재신임을 받은 유 원내대표는 당·청 관계 회복을 위해 박 대통령에 대한 사과가 필요했다. 당시 유 원내대표는 공무원연금개혁,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 등을 언급하며 박 대통령에게 손을 내밀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은 오히려 나빠졌다. 유 원내대표의 사과 이후 청와대와의 분위기는 더욱 어색해졌다. 청와대와의 접촉 여부에 대해 유 원내대표는 지난 달 28일 "나름 해봤는데 워낙 꽉 막혀 있어서.."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대화 채널을 모두 끊었다는 것. 이후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의 사퇴 압박은 더욱 거세졌다.
이런 환경에서 유 원내대표가 자신을 향해 거듭 칼날을 겨눈 박 대통령에게 사과할 수 있었겠냐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유 원내대표가 사퇴문에서 "지난 2주간 저의 미련한 고집이 법과 원칙, 정의를 구현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다면 그 어떤 비난도 달게 받겠습니다"라고 언급한 게 '법·원칙·정의'를 지키지 않은 이는 사실상 박 대통령이라고 지목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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