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머니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유 원내대표의 사퇴와 관련, "의원들의 총의로 결정된 일인데 청와대가 특별히 할 얘기가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난달 25일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유 원내대표의 '자기 정치'를 비판하며 사퇴를 촉구한 후, 이와 관련해 침묵을 이어왔다. 유 원내대표의 버티기에도 박 대통령의 뜻이 당에 확실하게 전달됐고, 당내 논의가 진행 중인 만큼 지켜보겠다는 것이었다.
이날도 유 원내대표가 사퇴의 변으로 "헌법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며 자신을 '파문'한 박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했지만, 이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이에 따른 유 원내대표의 사퇴 과정에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계가 격한 내홍을 겪고 있는 상황에 말을 보태 갈등을 증폭시킬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라는 목적은 달성했지만,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상처 뿐인 승리였다. 사퇴 압박이 시작된 후 2주간 국회와 국정이 겉돌았다. 발등에 떨어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추가경정예산 처리, 나아가 집권 3년차를 맞아 4대 구조개혁, 경제활성화 등 갈길이 바쁜데 중요한 시간을 허비했고, 이에 대한 비판을 감수해야 했다.
이에 따라 국회법 개정안 문제로 중단됐던 당정청 대화 채널의 조속한 복원을 위해 박 대통령이 적극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민 대변인 역시 향후 당청관계 전망과 관련해 "앞으로 잘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해 새 원내대표 선출시 꽉막힌 당청 관계를 복원할 것임을 시사했다.
당정청은 지난 5월 15일 공무원연금개혁안과 관련해 고위급 회의를 가진 뒤 중단된 상태다. 메르스 사태가 벌어졌지만, 청와대가 유 원내대표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채널이 막혔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4차례 핵심국정과제 혁신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정책 현안을 챙겼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로 전국의 시장, 군수, 구청장 등 기초단체장들을 초청해 오찬을 하면서 "우리에게는 경제의 재도약과 국가 혁신이라는 막중한 과제가 주어져 있다"며 "앞으로 4대 개혁을 비롯한 국가혁신 과제들을 강도 높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당정청 소통 채널의 복원 시점은 유 원내대표 사퇴 수습이 어떤 식으로 이뤄지냐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청와대는 그간 "당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적극 뒷받침하며 그 결과에 대해 대통령과 함께 책임을 진다"는 당헌 8조를 들며 유 원내대표가 이에 반하는 행동을 했다고 비판했다. 새로운 원내 사령탑은 청와대와 행보를 맞춰가며 주요 국정목표 달성에 힘을 보태야 한다는 의미였다.
청와대의 바람대로 새 원내대표가 선출될지는 미지수다. 그 과정에 계파간 갈등이 재점화되거나 비박계 원내대표가 등장할 경우 당청 관계가 복원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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