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의총에서 사퇴까지… 긴박했던 6시간

머니투데이 남영희 기자 | 2015.07.08 17:14

[the 300]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8일 오후 원내대표 사퇴 기자회견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의원회관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2주간 이어졌던 유승민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의 거취 논란이 8일 막을 내렸다.

오전 원내대표의 거취를 논의하는 사상초유의 의원총회가 열렸고, 새누리당 의원들은 유 전 원내대표에게 사퇴를 권고키로 결론을 내렸다. 유 전 원내대표는 즉시 이를 수용하고 사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유 전 원내대표 취임 156일 만이다. 이날 유 전 원내대표의 출근부터 사퇴 기자회견까지 긴박했던 6시간을 되짚어본다.

오전 7시20분 유 전 원내대표가 서울 개포동 자택을 나섰다. 취재진들의 쏟아지는 질문에도 그는 입을 닫았다.

오전 8시쯤 여의도 국회에 도착한 그는 의원회관에 있는 사무실로 직행했다. 이후 유 전 원내대표는 의총이 끝날 때까지 사무실 문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사무실에서 그는 홀로 사퇴의 변을 담은 입장문을 정리했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았다. 간간이 전화 통화를 하기도 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전날 늦은 밤에도 사무실에 혼자 남아 입장문을 썼다.

같은 시각 새누리당 비박(비 박근혜)계 재선 의원들은 긴급대책회의에 들어갔다. 그동안 비박계 의원들은 유 전 원내대표 책임사퇴론에 맞서 '최고위원회 공동책임론'을 펴기도 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회의장을 나서며 "자유발언에서 표결을 주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의총장 앞에서 기자와 만나 "내 의견이 사퇴 반대인데 어떻게 만장일치일 수 있냐"고도 했다.

오전 9시, 새누리당 의원들이 무거운 표정으로 속속 의총장으로 입장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국민들이 분열된 우리 당을 원하지 않는다"며 유 전 원내대표의 사퇴에 무게를 실었다. 김 대표는 의총 참석 전 "어떻게 사람들이 참 타협도 하고 굽힐 줄도 알고 이래야 되는데 참 자기 고집만 피우고 똑같다"고 혼자말처럼 내뱉었다.

의총에선 유 전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표결에 부칠 것인지 여부를 놓고 의원들 간에 격론이 벌어졌다. 발언 신청자만 30명이 넘었다. 몇몇 의원들이 표결에 부칠 것을 요구했지만, 표결은 곤란하다는 게 중론이었다. 친박(친 박근혜)계 중진 홍문종 의원은 의총장 앞에서 기자와 만나 "표결하자는 얘기도 있는데 내가 보기에는 극소수"라며 "사퇴는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로 의견이 많이 갈린다"고 했다.


의총 종반에 이르자 친 유승민 성향의 비박계와 친박계 사이에 고성도 오갔다.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는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이 발언을 신청하자 친박계인 함진규 새누리당 의원이 "(유승민) 식구는 나서지마라"고 막아서면서다. 같은 당 황영철이 의원이 "왜 발언을 막느냐"고 항의하며 목소리가 높아졌다.

3시간반 가량 이어진 의총은 12시50분쯤 유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 권고를 합의하면서 끝을 맺었다. 그러나 결의문을 추인하는 형태가 아닌 김 대표가 유 전 원내대표에게 의총에서 모은 뜻을 직접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결은 없었다.

이어 김 대표는 곧장 유 원내대표 의원실을 향했다.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와 김희국 새누리당 의원이 따라 붙었다. 유 원내대표에게 합의 사항을 전달하고 의원실을 나선 김 대표는 "잘 전달했고 유 원내대표가 수용해서 바로 입장표명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오후 1시30분쯤 유 전 원내대표는 국회 정론관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유 전 원내대표는 회견문에서 "제 거취 문제를 둘러싼 혼란으로 (국민께) 실망을 드린 점은 누구보다 제 책임이 크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유 전 원내대표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헌법 제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며 사퇴를 거부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임기를 못 채우고 물러나 아쉽다"며 "더 이상 원내대표가 아니어도 더 절실한 마음으로 (법과 원칙 실현의) 꿈을 이루기 위한 길로 가겠다"고 밝힌 뒤 정론관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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