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 전 나온 기사의 일부이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위와 같은 기사가 우수수 쏟아진다. 어딘가 어색하다. '소화마비'는 물론 소아마비를 잘못 쓴 말이다. 어떻게 된 상황일까? 오래 전 일이라 정확히 복기하긴 어렵지만, 보도자료가 나왔을 가능성은 낮다는 게 경찰서 출입기자의 분석이다.
당시 A언론사는 위 기사를 오전에 올렸다. 그리고 이후 다른 언론사들의 동일한 내용의 기사가 수십 개 이어졌다. 복제된(?) 기사에는 틀린 단어 '소화마비'도 그대로 들어가 있다. A사는 몇 시간 후 틀린 낱말을 바로잡았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고쳐지지 않은 기사는 많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집단적인 실수는 단순한 실수로 보기 어렵다. 아마 남의 기사를 'Ctrl+V(복사)'해서 가져가면서, 충분히 읽어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난 달에는 미국 명문대 두 곳에 동시 합격했다는 한인 여학생의 기사가 화제가 된 적 있다. 현지 한인신문이 첫 보도한 이후 많은 국내 언론도 기사화했다. 하지만 기사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큰 화제가 된 탓인지 언론사들의 '검증 부족'에 대한 사과문이 이어졌다.
최근엔 왕년에 유명했던 한 배우가 사망하면서 인기 검색어에 이름이 오른 적이 있다. 관련 기사는 셀 수 없을 만큼 쏟아졌다. 한 신문사는 사망 기사에 동명이인인 보다 젊은 배우 사진을 넣었다. 그런데 다른 신문사는 이것을 따라 기사를 썼다.(나중에 수정했다.)
"친구의 아는 사람이 그러는데…." 소문이 돌 때는 이런 식이다. 호기심 가는 내용이라 말하긴 하지만, 내용에 확신은 없으니 책임감을 덜겠다는 표현이다. 이렇게 루머가 퍼진다. 다른 기사를 근거로 그냥 내용을 옮기는 건 이런 것이다. 사실 확인이 없으니 위험하다. 게다가 인용 표시조차 없이 가져가는 건 문학계에서 뜨거운 '표절 논란'을 갖다 댈 수 있다.
종이신문은 공간에 제약이 있다. 기자들이 기사를 써도 다 실을 수 없다. 자연히 좋은 기사를 써야 일단 빛이라도 볼 수 있다.
'소화마비'는 변화된 환경에 대응하는 언론사들의 현재 상태일지 모른다. 물론 새삼스러운 내용은 아니다. 그나마 '헉, 충격, 결국…' 류의 질소과자 같은 제목이 근래 줄어든 것이 하나의 위안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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