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벼랑 끝에 서있는 장수기업들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 2015.07.08 03:30
"공장을 한 달 쉬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제품을 정상적으로 팔고 있고, 회사 문을 닫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도자기에서 영업을 담당하는 한 이사의 하소연이다. 얼마 전 한국도자기는 7월 한 달 공장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 이 소식에 회사 임직원들은 일가친척을 비롯해 거래처, 수출 관련 바이어, 소비자들로부터 끊임없이 전화를 받고 있다.

한국도자기는 지난 72년 동안 국내에서 직접 제품을 생산한다는 원칙을 지켜온 국내 도자기업계의 터줏대감이다. 또한 수출을 통해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의 자부심을 높여왔다. 현재 생산공장 400여명의 임직원 대부분이 지역주민인 대표적인 청주 향토기업이다.

한국도자기 경영진이 3년 전부터 적자 등 경영상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들지 않은 이유다. 결국 버티고 버티던 한국도자기는 지난달 고용노동부에 고용유지조치 계획서와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했다.

김영신 대표는 "회사 상황이 어려워 진 건 사실이지만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면서 회사를 일으킬 수 있는 방안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도자기는 고용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노동부로부터 7월 휴업수당의 절반가량을 지원받는다.


한국도자기의 어려움을 지켜보면서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명문장수기업 확인제도' 도입을 위한 중소기업진흥법 개정안에 대한 아쉬움이 커진다. 한국도자기처럼 세대를 이어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술력을 계승한 장수기업에 법인세 혜택이나 기술개발(R&D) 지원 등을 제공하기 위해 중소기업청이 추진한 것이 바로 명문장수기업 확인제도다.

하지만 이 제도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과 맞물려 '부자 감세' 논란에 발목을 잡히면서 반년 넘게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한국도자기 등 장수기업에 중요하고 절실한 것은 가업승계 시 상속세나 증여세 혜택이 아니라 기업으로서 명맥을 유지하고,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정부의 다양한 지원책들이다.

한국도자기뿐 아니라 적지 않은 장수기업들이 지금 벼랑 끝에 매달려있다. 논란에 휩싸인 가업승계 시 세제혜택보다는 장수기업의 생존과 육성에 주안점을 둔 정책적 방향선회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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