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뇌관' 터지나…은행 숨통 쥔 ECB 향방 촉각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 2015.07.06 11:58

그리스 국민투표 'No' 압승…은행권 붕괴 위기에 ECB가 그리스 사태 주도할 듯

그리스 사태의 뇌관은 은행이다. 그리스 은행이 그리스 정부의 유일한 돈줄이기 때문이다. 그리스 은행은 국채를 매입하는 식으로 구제금융이 끊긴 정부의 자금줄 역할을 해왔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긴급 지원이 끊기면 금융시스템 붕괴가 불가피하다. 이는 곧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의 전주곡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그리스 은행들 이번주내 현금 바닥
ECB는 현재 그리스 은행권에 총 890억유로 규모의 긴급유동성지원(ELA)을 하고 있다. ECB는 그리스 은행들의 자금난이 심해질 때마다 ELA 한도를 늘렸지만 지난달 30일 그리스에 대한 기존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종료되자 한도를 동결했다. 그리스 중앙은행에 대한 ELA 한도는 거의 바닥난 상태다. 이 여파로 그리스 정부는 지난달 29일부터 은행을 폐쇄하고 ATM(현금자동입출금기)을 통한 예금 인출 한도를 1인당 하루 60유로로 제한했다.

그리스 은행협회에 따르면 지난 3일 현재 은행권에 남아 있는 현금은 10억유로밖에 안 된다. 그리스 은행들이 ATM으로 공급할 수 있는 현금은 이번주 중반쯤에 바닥날 전망이다. 그리스 정부는 국민투표 전에 7일부터 은행 영업을 재개하겠다고 밝혔지만 ELA가 확대되지 않는 한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 문을 열어도 금세 현금이 바닥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ECB, 일단 그리스와 유로존 협상 지켜볼 것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리스의 국민투표 결과가 ‘반대’로 나오면서 ECB 내부에선 옌스 바이트만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를 비롯한 강경파의 입김이 더 강해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ECB가 그리스 은행을 지원하는 것을 못마땅해 한다. ECB가 조만간 ELA를 증액할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ECB가 당장 극단적인 결정을 내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켈라 마르쿠센 소시에테제네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ECB가 정치적인 전개 과정의 전면에 나서길 원치 않는 것은 분명하다”며 “그리스와 채권단의 협상이 계속되는 한 ECB가 ELA를 완전히 끊어 그리스 은행들이 ECB의 유동성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스크 컨설팅업체 무지타바 라흐만 유라시아그룹 애널리스트는 유로존 정상들이 7일 저녁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의를 여는 것도 ECB의 결정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이 그리스 지원에 난색을 표하면 ECB가 ELA 지원을 끊어버릴 수 있다. 라흐만 애널리스트는 “이번 국민투표 결과로 그리스를 구하려는 나라는 프랑스밖에 없다”며 “하지만 프랑스가 유로존 내 논쟁에서 이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0일, 그리스 사태 분기점
20일은 그리스가 ECB의 만기 채무 35억유로를 갚아야 하는 날이다. 그리스가 이를 상환하지 못하면 좀더 심각한 형태의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된다. 그리스가 지난달 30일 국제통화기금(IMF)에 빚을 갚지 못한 것은 공식적으로 ‘연체’로 처리됐지만 ECB는 다르다. 그리스 정부와 은행이 채무를 상환할 능력을 상실했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다만 신용평가사들은 ECB도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IMF와 마찬가지로 ECB의 채무를 갚지 못해도 전면적 디폴트로 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리스가 오는 20일 ECB의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면 ECB는 더 이상 그리스 은행들이 보유한 그리스 국채의 담보능력을 인정할 수 없어 유동성 지원을 계속할 수 없게 된다. 바클레이스는 보고서를 통해 “늦어도 오는 20일까지는 ELA를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LA 중단은 곧 그렉시트
그리스 은행이 자금 소진으로 붕괴하면 그리스 정부는 훗날 유로화로 바꿔준다는 내용의 차용증서(IOU)를 발행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IOU는 공무원 급여와 연금 지급 등 국내 결제는 가능하지만 대외 결제는 불가능하다. IOU로 버티다 결국 구제금융을 얻지 못하면 그리스는 스스로 돈을 찍어내는 수밖에 없다. 그리스의 유로존 회원국 자격 유지 여부를 떠나 사실상 그렉시트가 된다.

다만 ECB가 20일까지 그리스에 빌려준 돈을 못 받았다고 ELA를 전면 중단할지는 의문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그렉시트 위기가 절정에 달했던 2012년 7월에 비선출직인 중앙은행 총재들이 그리스에 대해 결정적인 결정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당시 그는 최종 결정을 유럽의 정치 지도자들에게 맡긴 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와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 등에 그리스 은행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ECB가 담보로 받는 그리스 국채에 대한 지급보증을 요구했다. 이번에도 EC와 유로그룹에 최종 결정을 맡길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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