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혼란의 시대 끝내지 못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김지민 기자 | 2015.07.07 03:23
뜨거운 반응이었다. 전날 마이크로소프트(MS)의 새 운영체제(OS) 윈도10이 액티브X를 지원하지 않아 국내 인터넷이용자들이 겪게 될 혼란을 둘러싼 MS와 IT 관계 부처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하는 기사가 나간 후 수백 건의 댓글이 달렸다. ‘MS보다 액티브X 폐지에 대해 여전히 답답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우리 정부를 지적하고 비판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특정 기업의 비표준 기술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온 탓이다. 그 기업이 신제품을 내놓거나 기술 지원 정책을 바꿀 때마다 대한민국 전체가 휘둘리니 분명 문제다.

MS 사례뿐이 아니다. 구글이 오는 9월부터 비표준 플러그인 기술인 NPAPI 지원을 중단키로 하면서 국내 시중은행들도 눈앞이 캄캄해졌다. NPAPI는 액티브X처럼 웹 브라우저가 지원하지 못하는 기능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만 보안에 취약하고 다른 기기들과의 호환성이 문제라 다른 나라에서는 채택하지 않는 기류다. 구글은 2년 전부터 NPAPI 중단을 공언했고 1년의 유예기간을 줬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구글에 "한 번 더 연장해달라" 읍소하는 부끄러운 상황이 벌어졌다.


민간이 어떤 기술과 서비스를 사용하든 정부 간섭은 없을수록 좋다. 하지만 모든 국민이 사용하는 공공서비스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아무리 편의성이 높은 기술, 서비스라 하더라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지를 먼저 따져야 할 이유다. 정부는 표준화 동향과 기술 발전을 미리 파악해 기술 진화에 따른 혼란과 혼선을 방지해야 할 책무도 있다. MS나 구글은 액티브X, NPAPI 비표준 기술에 대한 중단 방침을 몇 해 전부터 예고해 온 것은 차세대 웹표준(HTML5)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MS 액티브X 기술 지원 중단에 따른 대책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기술이 계속해서 흐르는데 포괄적으로 이에 대비한 대응방안을 찾는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행자부 공무원의 답변은 그래서 생뚱맞다. 당장 국민의 불편이 눈앞에 닥쳐왔다. 적극적인 대처 의지가 아닌 실제 대안이 필요하지만 정부는 우리만큼 급하지 않아 보인다.

베스트 클릭

  1. 1 의정부 하수관서 발견된 '알몸 시신'…응급실서 실종된 남성이었다
  2. 2 "건드리면 고소"…잡동사니로 주차 자리맡은 얌체 입주민
  3. 3 "나이키·아디다스 말고…" 펀러닝족 늘자 매출 대박 난 브랜드
  4. 4 [단독]음주운전 걸린 평검사, 2주 뒤 또 적발…총장 "금주령" 칼 뺐다
  5. 5 "갑자기 분담금 9억 내라고?"…부산도 재개발 역대급 공사비